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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너희가 10대 후보를 아느냐…이래봬도 ‘정치생활 N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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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부터 예비당원으로 활동

전국 첫 특성화고 노조 참여 이력도

‘공부할 때 아니냐’는 핀잔 받아도

기후 등 핵심 공약 당당히 내밀어

“기성 정치, 약자 불행에 관심 적어

청소년도 목소리 낼 수 있는 시대

청년이 정치 주체라는 것 보여줘야”


한겨레

만18살 혹은 19살인 10대 후보 6명의 모습.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경주·노서진·신은진·이재혁·이건웅·오신행 후보. 선관위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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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31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 출마 가능 나이를 만25살에서 18살로 낮추는 것이 뼈대다. 피선거권과 선거권 연령을 맞춰 청소년이 정치에 진출할 기회를 넓혀주자는 취지다. 선거법 개정 덕분에 이번 6·1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된 만 24살 이하 후보는 42명에 이른다. 후보로 등록한 7495명 가운데 0.56%에 불과하지만 청소년 참정권 확대 추세 속에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가운데 만18살 혹은 19살인 10대 후보 7명도 당당하게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인터뷰 요청에 응한 6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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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역의원비례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재혁 정의당 후보.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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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가 정치를 아냐고요?”


경기도 광역의원비례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재혁 정의당 후보는 2004년 1월6일생으로 만18살이다. 중학교 2학년인 2017년에 예비당원으로 정당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5년 동안 ‘학교 밖 청소년 문제’ 해결에 꾸준히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천까지 받았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그는 선관위에 제출한 학력란에는 ‘미기재’를 선택했다. 그의 설명이다. “정치인은 어느 대학을 나왔냐가 아니라 어떤 정책과 비전을 가졌는지가 중요하다. 학력과 학벌 차별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 학력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출마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현실에서 청소년 의제가 차별당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돈도, 표도 안된다며 청소년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다행히 선거법 개정으로 청소년도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이를 실천하려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청년 상당수가 정치를 혐오한다거나 재미없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외면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청년들이 더욱 목소리를 내고, 관심을 갖고 (정치의) 주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후보는 △청소년인권조례 제정 △검정고시장 확충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확충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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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역의원비례대표 선거에 출마한 진보당 신은진 후보.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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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가 출마한 선거구에는 또 다른 10대 후보가 있다. 진보당 신은진 후보(2003년 2월11일생)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고등학생들이 꾸린 전국특성화고 노동조합에서 활동한 이력을 가진 신 후보는 현장실습 문제에 관심이 많다. 신 후보는 “해마다 현장실습 중에 학생들이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발생하지만 우리 사회는 반짝 관심만 가질 뿐이다. 현장을 잘 아는 청년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한다면 이런 현실을 보다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 출마 이유를 밝혔다.

신 후보는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지원 조례 제정 △청소년기본수당 지원조례 제정△다양성교육센터 설립 △미래정책공동협의기구 설치 △놀쉼센터 설립 등을 약속했다. 그는 “보통 나이가 어리면 부족하다거나 성숙하지 않다는 인식을 많이 한다. 정치활동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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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광역의원비례대표 선거에 출마한 노서진 정의당 후보.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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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제가 후보입니다”


서울시 광역의원비례대표 선거에 출마한 노서진 정의당 후보(2002년 6월6일생)도 청년 정치인에 대한 편견 탓에 곤혹스러운 일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앳된 얼굴 탓에 선거운동을 하면서 후보자가 아니라 가족 등으로 오해를 받곤 한단다. 노 후보는 “시민들을 만나 인사드려도 대부분은 (나를) 후보자 딸이나 아르바이트 학생 등으로 생각한다. 정치가 아니라 공부할 때가 아니냐는 말도 많이 듣는다“며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무슨 정치를 하냐’는 고정관념이 (기성세대에게)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노 후보의 정치 이력은 짧지 않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8년부터 정의당에서 청소년위원장을 맡아 활동해 온 5년차 정치인이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기후위기 대응 △청소년 무상교통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제정 등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 아동 문제도 그가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다. 그는 “부모가 불법체류 신분이라 아이가 한국에서 태어났어도 현행법상 출생 등록을 못 하는 터라, 의료·교육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적잖다.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미등록 이주 아동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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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광역의원비례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건웅 후보.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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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도 10대 후보가 있다. 광역의원비례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건웅 녹색당 후보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9년부터 정당 활동을 시작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투쟁이 계기였다고 한다. 이 후보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해군기지 반대 대행진을 했다. 그러면서 밀양 송전탑 할머니와 현장실습생, 살인적인 학습량에 죽어가는 청소년 등 우리 사회 약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기성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기존 정치인들이 약자를 제대로 보호한다면 (내가) 출마할 이유가 없다. 지방의회에선 약자들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 후보는 △기후정의조례 제정 △청소년인권조례 제정 등을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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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의원 다 선거구에 출마한 김경주 후보.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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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시민 닮아야”


정당 비례대표가 아니라 직접 기초의회에 출사표를 던진 청년 후보도 있다. 보수 텃밭 경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주(2003년 9월26일생·만18살) 후보가 경주시 다 선거구에 출마했다. 김 후보는 “‘사회 경험이 별로 없다’는 지적을 받지만 이를 달리 보면 ‘각종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는 얘기도 된다”며 “전문성이 부족하고, 부패한 지방의회를 확 바꾸겠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졌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예비당원 생활을 시작했다.

특히 청년 후보라고 청년층만 대변해선 안 된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지방의회는 시민을 닮아야 한다. 청년뿐 아니라 노동자도, 간호사도, 가정주부도 의회에 진출해야 한다. 지금까진 퇴직 관료나 지역에서 돈이 있는 유지 등이 지방의회를 독점했다. 청년뿐 아니라 모든 세대를, 지역 사회를 대변할 수 있는 청년 정치인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비 국고 지원 등 다양한 계층의 정계 진출을 위한 진입 장벽 완화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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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군의원 나 선거구에 출마한 오신행 후보.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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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연소 출마자는 전국 무안군에 있다. 군의원 나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오신행 후보다. 2004년 5월3일생(만18살)으로 2004년생 후보 가운데 생일이 가장 늦다. 오 후보의 최대 관심사는 ‘청년이 행복한 사회’다. 그는 “대한민국의 청년 상당수는 입시·취업 전쟁 속에 불행한 삶을 산다. 하지만 기성 정치는 이에 관심이 적다”며 “청년 공정여행과 문화바우처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쳐 청년이 행복한 무안군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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