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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평화협상” 러도 ‘7월 고비설’… 우크라戰 변곡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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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8일(현지 시각)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로마에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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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서방 양측이 조만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길게 끌고 가기 힘든 한계에 도달, 평화 협상에 대한 요구와 압력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서는 석유·곡물·원자재 등의 가파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전비(戰費) 지출 등으로 여론이 악화하고, 러시아는 병력 충원이 잘 안 되는 데다 천연가스 공급 중단을 무기로 한 협상력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빠르면 올여름쯤 협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이미 유럽 쪽에서는 평화 협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26일(현지 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에서 지난 19일 이탈리아가 제안한 우크라 전쟁 종전을 위한 4단계 평화 로드맵을 재차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각 휴전과 전선의 비무장화, 우크라이나 중립국화, 크림반도와 돈바스에 대한 러시아와 우크라 양자 합의, 러시아군 단계적 철수와 서방의 대(對)러 제재 완화 등을 단계적으로 하는 내용이다.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이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논의를 통해 지난 19일 유엔과 주요 7국(G7) 회원국에 제안했다.

휴전 얘기는 미국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즉각적 휴전’에 대해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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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이 휴전을 적극 논하기 시작한 것은 전쟁 장기화 후유증이 생각보다 깊고 크기 때문이다. 각국은 유류비와 전기 요금을 필두로 생활 물가 전반이 급등하면서 민심의 동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미국과 유럽 지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각각 8.3%, 7.4%로 4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 수출 중단으로 국제 밀 가격이 50% 이상 폭등하는 등, 값싼 수입산 곡물에 의지해온 아프리카와 중동의 정세도 불안해지고 있다.

유럽의 경우 올 연말까지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큰소리쳤지만, 현실은 예상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천연가스를 대체할 카타르와 알제리, 리비아 등과의 천연가스 계약이 난항”이라고 전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카타르에서 천연가스를 도입해 다른 유럽 국가에 재분배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카타르는 시장 지배력 약화를 우려해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비용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최근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전비는 각각 54억달러(약 6조8000억원), 17억유로(약 2조3000억원)에 이른다. 우크라이나는 여기에 매달 50억달러(약 6조2800억원)의 지원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전쟁 수행과 비상 경제 체제 유지가 곧 한계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불거지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군 모병 시 지원자 나이 상한(40세)을 아예 없애는 법을 도입했다. 그만큼 병력 모집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서방 경제 제재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러시아의 전쟁 물자 생산도 한계에 달하고 있다”며 “미사일 등 일부 무기는 재고가 바닥을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대서방 협상 카드인 ‘천연가스 무기화’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천연가스는 러시아의 전쟁 비용을 뒷받침하는 핵심 수출품이기도 하다. 유명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은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 마지막 날인 26일 “러시아의 천연가스 재고 비축 능력이 7월이면 한계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공급을 줄인 탓에 재고가 넘쳐 저장고가 가득 차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1만2000여 개의 가스정 중 수천 개를 폐쇄해야 할 수도 있다. 소로스 회장은 “가스정 폐쇄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한번 폐쇄하면 다시 열기 어렵다”며 “푸틴의 협상력이 그의 생각만큼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 CNBC는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로 서방을 압박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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