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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음주운전 반복 가중처벌 ‘윤창호법’ 효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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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7대2 의견 “헌법에 어긋나”

음주측정 거부 가중처벌도 위헌

경찰 “현장 단속 변화 없어” 입장

세계일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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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재범을 가중 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이 효력을 상실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한 데 이어, 음주측정 거부 행위를 가중 처벌하는 부분까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다.

헌재는 26일 재판관 7(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도로교통법 제148조2의 1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죄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일률적으로 가중 처벌함으로써 ‘책임과 형벌 사이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이 조항은 음주운전과 음주측정 거부를 합쳐 두 차례 이상 하거나, 음주측정 거부를 두 차례 이상 한 이에게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해 “가중요건이 되는 과거 위반행위와 처벌대상이 되는 재범 위반행위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이 없다”며 “어느 경우이든 전범을 이유로 시간적 제한 없이 후범을 가중 처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과거의 위반행위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반규범적 행위’나 ‘반복적인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위반행위를 한 사람에게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요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법정형이 일률적으로 규정된 점도 지적됐다. 헌재는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2년 또는 벌금 1000만원으로 정해, 법관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선고할 수 있는 형량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의 벌금이어서 각 행위의 개별성에 맞춰 형을 선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특히 형벌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중한 형벌은 일시적인 범죄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으나, 결국 중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겨 범죄 예방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주 치료와 교육프로그램 강화, 음주운전 방지장치 등 형벌 강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반면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합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해당 조항은 ‘윤창호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환기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재범에 의한 음주운전 사고는 오히려 증가하기도 하는 실태를 감안해 입법화된 규정”이라며 “시대 상황과 국민적 법감정을 반영한 형사정책에 부합한다”고 했다. 또 “음주측정 거부행위는 안전한 교통 확보를 저해하고 수사권 행사를 방해해 그 자체로 죄질이 불량할 뿐 아니라 이를 방치할 경우 음주단속을 벗어나 음주운전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할 우려가 있어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헌재의 두 번째 위헌 결정에 대해 경찰은 “현장 단속은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 가중처벌에 대한 조항이 효력을 상실한 것일 뿐, 단속에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국회에서는 반복된 음주운전 가중처벌에 관한 법 개정이 논의 중인 상태”라며 “2회 이상 가중처벌에 대한 기간 등의 기준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지안·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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