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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삼성·현대차가 韓 최고 전략자산…한미 공급망 동맹 중심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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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정상회담 이후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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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흘간 방한 일정을 마치고 떠나면서 재계에서는 "이번 한미 정상 간 만남에서 우리 기업이 한국의 핵심 '전략자산'이었음이 증명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세계 공급망 재편에 나서는 과정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지닌 한국 제조업이 미국의 원천 기술과 결합하면 가장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무대였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이 미국과 경제안보동맹 관계를 구축해 미국 내 현지 판매가 늘어날 경우 궁극적으로 미국 현지 공장 생산뿐 아니라 국내 공장 생산량까지 늘어나며 정체된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경제단체들은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대해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안보동맹으로 강화됐다"고 자평했다. 이성우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통상본부장은 "한미동맹이 기술과 공급망 협력이라는 경제안보동맹으로 확장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산업구조 첨단화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고 신뢰 기반 가치사슬 구축으로 보다 장기적이고 혁신적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한미 간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강화와 첨단 기술 협력 증대 등으로 양국 간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탄소배출 문제, 원전 등 국제 환경 이슈에서 양국 간 협조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측면에서 큰 진전이 있는 만큼 해당 분야에서 협력 발전도 예상된다"고 논평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반도체를 비롯해 배터리, 전기차, 청정에너지, 디지털, 원전, 방산, 핵심 광물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약속했다.

아시아 국가 중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바이든 대통령 안내를 맡았다. 방한 마지막 날 바이든 대통령 일정 중 하나는 미국에 105억달러 규모 투자를 약속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60분간 이어진 환담과 연설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방한한 미국 대통령의 현장 방문 일정은 군사분계선, 미군 기지 등 안보 관련 일색이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 제조업 현장과 기업 총수 만남을 중요시했다는 것은 국내 기업을 안보와 동일한 연장선상에 위치한 전략자산으로 생각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인이 미국 현지를 방문할 경우 미국 관료들 역시 한국 기업인을 환대하는 기류가 최근 부쩍 강해졌다는 것이 경제계의 공통된 전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다음 방문지인 일본에서 현지 기업과의 만남이 이슈가 되지 못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전경련은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이 아닌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은 본격적인 경제안보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통해 강조된 것은 한미 제조업 협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연설을 통해 "이 공장은 양국의 혁신에 대한 긴밀한 결속을 반영한다. 이 칩을 만드는 데 쓰이는 여러 기술과 장비는 미국에서 설계되고 생산됐다. 우리의 스킬과 기술적인 노하우를 하나로 모아서 우리는 중요한 이 칩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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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역시 미국의 원천 기술과 한국 원전 기업 간 협업이 예정돼 있다. 30년 넘게 원전 신규 건설이 중단된 미국은 기술은 갖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제작·시공할 능력은 상실한 상태다. 세계 1위 원전 건설 능력을 지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실상 국제 경제계에서 퇴출된 까닭에 서방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원전 주기기 제작·시공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은 미국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사업 파트너다.

전경련은 이 같은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해 민간 차원의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건의하기 위해 경제안보TF 팀 구성에 나섰다. 또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은 미국과 경제안보동맹을 지원하기 위한 '민간 사절단'을 꾸려 다음달 미국을 방문해 현지 기업, 경제단체 등과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는 궁극적으로 국내 연관산업 성장으로 이어져 국내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이 기대된다.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에 공장을 건설하기 직전 연도인 2004년 대비 2021년 현대차·기아의 미국 현지 판매는 68만8670대에서 148만9118대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서 판매량이 확대되면서 현대차·기아가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한 금액도 2004년 약 92억달러에서 지난해 약 140억달러로 52%나 늘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은 현지 긍정 여론을 형성하고 고객 니즈를 신속하게 반영해 브랜드 신뢰도 제고는 물론, 판매 증가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현지 공장과 함께 미국 제품 공급을 담당하는 국내 공장의 대미 전기차 수출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우람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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