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 "장기 협상 필요한 사안, '특혜' 없다"
/AFPBBNews=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를 두고 분열되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의 합류를 전적으로 환영하고 있지만, 가입 절차 간소화 등 특혜 적용 여부와 관련해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 EU 가입 신청 의사를 밝혔고, EU 측의 신속 승인을 촉구하며 향후 1~2년 안에 EU 가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고, 폴란드 등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8개국들은 우크라이나의 조기 EU 가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 등은 EU 가입은 회원국 27개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한 장기적인 협상 사안으로 우크라이나의 가입만 빠르게 승인하는 특혜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클레망 본 프랑스 외교부 유럽담당 장관은 22일(현지시간) 현지 라디오매체 J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인에게 어떤 환상을 주거나,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며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단기간 내 EU 가입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EU 가입이 6개월 혹은 1~2년 안에 가능할 것으로 점치는 것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지적하며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은 아마도 15~2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앞서 "EU 가입에는 지름길이 없다. (EU 가입은) 몇 달이나 몇 년에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신청 관련 '신속 승인'이란 특혜는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반면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조기 EU 가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독일과 프랑스에 맞서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의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1cm라도 러시아에 양보하는 것은 서방 전체에 심각한 충격이 될 것"이라며 "독일과 프랑스가 반대하는 우크라이나의 조기 EU 가입을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도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던 두다 대통령은 이날 예고없이 키이우를 찾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외국 국가정상이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연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다 대통령은 "유럽 내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오직 우크라이나가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EU의 대(對)러시아 제재를 한층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 등이 담긴 EU의 새로운 대러 제재안은 헝가리 등이 반대로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왼쪽)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편 본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장기전을 언급하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유럽 정치적 공동체(European political community)' 가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EU와 빨리 통합되기 위해선 이보다 느슨한 형태의 유럽 정치적 공동체가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는 일단 여기에 가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EU에 가입되지 않은 우크라이나, EU를 탈퇴한 영국 등을 포함한 '유럽 정치적 공동체'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이는 6월 말 EU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EU 가입에 수십 년이 걸리는 만큼 정식 가입 전까지 EU 회원국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일종의 'EU 대기실' 성격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EU 가입에 속도를 내자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유럽 정치적 공동체는) EU 가입 과정의 대안이 아닌 보완책으로, EU 가입을 희망하는 몇몇 국가들과 정치, 에너지, 투자 관계 등을 더욱 강력하게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 장관도 22일 인터뷰에서 "(유럽 정치적 공동체 가입으로) 유럽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재건과 경제사회 부흥을 위한 EU 예산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우크라이나의 공동체 가입을 촉구했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EU 가입 이외 다른 대안은 필요없다"며 프랑스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는 이날 두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친한 친구(폴란드) 이외(다른 유럽 국가)는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유럽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며 EU의 신속 가입 승인을 촉구했고, 오는 6월 우크라이나가 EU 정식 후보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