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러시아 철수하는 맥도널드…850개 매장 넘겨받은 시베리아 사업가 누구 [위클리기사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위클리 기.사.단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핫한 기업과 사람에 대한 단상"을 전달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 구독 버튼을 누르시면 다음 연재 기사를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습니다.


매일경제

러시아 모스크바에 한 맥도널드 매장<매경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위클리기사단] 맥도널드가 시베리아 기업가에게 러시아 사업을 넘기고, 러시아에서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베리아 지역에서 25개의 체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지역 프랜차이즈 업체 알렉산더 고버는 약 850개에 이르는 맥도널드의 체인점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맥도널드의 상표를 쓸 수 없기 때문에 맥도널드의 맛을 이어갈지 아니면 다른 메뉴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 밖에 세부적인 인수 비용 등도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이 러시아 업체는 "규제 승인 등 특정 조건에 따라 향후 몇 주 안에 마감될 것"이라고만 밝혔습니다.

이 내용이 발표 되기 전 프랑스 차 브랜드 르노도 러시아 사업자에게 지분을 매각하며 철수 했습니다. 6년 안에 지분을 다시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 계약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와 여론 때문에 러시아에서 사업을 유지 할 수 없는 기업들이 내린 궁여지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맥도널드 얘기로 다시 돌아와서 생각해 봅시다. 서시베리아에서 금속과 석탄 생산 마을 노보쿠즈네츠크 출신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업가가 알렉산더 고버는 한 자회사를 통해 맥도널드를 운영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업가는 2000년대 석탄 사업으로 재산을 모은 후 식량과 농업 분야에 다각화에 성공한 기업인입니다. 몇몇 소농장과 우유, 소시지 공장, 식당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건설업과 정유공장을 공동 소유하고 있고 고전 자동차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에도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 사업가는 지난 3월 맥도널드 체인이 폐쇄된 이후 일하지 못하고 있는 현지 직원들의 급여는 물론, 맥도널드의 부채를 떠안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산업통상부 장관은 현지 언론에 "이번 결정은 길고 어려운 협상 과정의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합의에 따라 대규모 급식소 네트워크의 업무가 지속되고, 신규 사업주가 기존에 수용한 종업원에 대한 의무를 준수한다는 보장으로 일자리가 보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맥도널드는 영업 중단 기간 동안 6만2000명에 달하는 러시아 직원들의 임금과 임대료로 매달 약 5500만달러를 지출해 왔습니다.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1990년 1월 모스크바에 진출한 맥도널드는 햄버거를 사기 위해 3만명 이상이 줄을 서게 하는 장관을 연출해 냈습니다. 30년 넘게 러시아 사업을 지속하며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비치기도 했습니다. 맥도널드의 영업 중단 소식에 지난 3월 매장에는 마지막으로 맥도널드 버거를 맛보려는 러시아인들의 대기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매일경제

맥도널드의 대표 메뉴 빅맥


많은 사람들은 맥도널드가 진출한 나라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가설을 믿었습니다. 맥도널드가 진출하려면 맥도널드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을 정도의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많아야 하는데, 중산층이 늘어나면 전쟁을 피하려는 여론이 강해지기 때문에 맥도널드 진출국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빅맥지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맥도널드는 그 나라 경제의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사실 그래서 많은 남한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이 언젠가 맥도널드와 코카콜라를 먹는 장면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왔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맥도널드가 철수되는 장면을 먼저 목격하게 된 것은 시대의 비극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어 씁쓸함을 감출 수 가 없습니다.

반대로 유럽의 러시아산 석유, 가스 등 에너지에 관한 제재가 차일피일 늦춰지는 것을 목도하면서 맥도널드, 아이폰, 스타벅스가 러시아인들에게 익숙했던 만큼 유럽과 세계가 러시아산 에너지가 주는 아늑함과 따뜻함에 길들여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빨리 우크라이나에서 총성이 멎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동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