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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차 추경안을 짜면서 국방 예산 1조 5천여억 원을 삭감한 걸 두고 정치권에서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열린 임시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경안 마련을 위해 "장병들 피복, 옷, 구두까지 벗기는구나..."라며 핏대를 세웠습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도 "국방부가 이렇게 희생을 강요받고 넘어가다간 앞으로 예산이 얼마나 더 깎일지 모르겠다"며 이종섭 국방장관을 질타했습니다. 모처럼 여야가 한 목소리로 현 정부 추경안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을 한 셈입니다.
정치권이 퍼뜨린 감성적 주장에 일부 언론과 네티즌은 추경안을 마련한 기획재정부와 국방부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더 얹음으로써 논란을 확산시켰습니다. 저도 군필자로 처음 관련 기사를 접하고 분노부터 끓어올랐습니다. 실제로 그랬다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추경안을 짰는지 취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의 주장이 사실과 좀 다르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삭감 내역과 사유를 하나씩 따져봤습니다.
피복 벗겨 추경 재원 마련?
지난해 '22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현역 입대자는 20만 명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래서 5월까지 입소자 수를 집계했더니 당초 예상했던 8만 1천 명보다 6천 명 줄어든 7만 5천여 명으로 나왔습니다. 올해 말까지 1만 명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통계가 그래서 나온 것이지요. 기재부는 청년들이 코로나19로 입대를 미뤘기 때문이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인원이 줄었기 때문에 피복 등에 대한 추가 구매 이유가 사라진 겁니다. 삭감된 211억 원은 그렇게 나온 거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기 의원도 '피복 벗긴다'는 발언에 대해 "상징적인 이야기였다"며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의 선동성 발언은 대중에게 퍼질 대로 퍼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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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비도 깎았다?
예비군 교육 훈련 예산 역시 662억 원 감액됐습니다. 이를 두고 국방력의 한 축이 무너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죠. 그런데 이 역시 따지고 보면, 코로나19가 원인이었지 예비군에게 마땅히 지급해야 할 돈을 후려친 건 아니었습니다. 원래 예비군은 일반 훈련(출퇴근하며 4일 간 훈련)과 동원 훈련(합숙하며 3일 간 훈련)에 참가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감염 우려가 있어서 모든 훈련을 하루로 축소하게 된 겁니다. 예비군에게 지급될 교통비와 숙식비, 훈련 보상비 등을 그만큼 아낄 수 있었습니다.
F-35A 스텔스 전투기 (사진=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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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억 원 무기 구입비도 감액?
무기 살 돈 깎았다는 말도 국방을 걱정하는 국민들에겐 분노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보니까 올해 방사청은 약 17조 원으로 해상초계기와 작전 헬기 등 무기를 구입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코로나19가 변수였습니다. 미 방산업체가 해외 공급망 차질로 부품 조달이 어렵다며 먼저, 납기 내 이 같은 무기를 공급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답니다. 그 규모가 3천6백억 원어치쯤 된다는군요. 여기에 북한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F-35A 전투기의 성능 개량에 들어갈 예산도 미 방산업체 쪽에서 "민감한 부분이니 미루자"고 했다는 게 기재부와 국방부의 설명입니다. 일부 무기를 들여오지 못하니 무기체계에 필요한 시설도 당장은 만들 필요가 없겠죠. 이렇듯 무기를 '안 사는' 상황이 아니라 '못 사는' 상황이라 정부가 추경안 재원 마련을 위해 국방력을 떨어뜨리는 일을 저질렀다고 보는 건 온당치 않은 시각입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줄여 안보 위협?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하지 말아야 될 걱정이 재벌과 스타 연예인에 대한 걱정이라고 하지요. 한미 방위비 분담금, 우리가 마음대로 줄일 수 있는 돈일까요? 그걸 줄여서 걱정이라는 분들이 일부 있는데, 사실과 달랐습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우리가 분담할 돈은 1조 3천억 원쯤 된답니다. 그런데 미군 쪽에서 그들의 산식대로 수요를 따진 뒤 계산서를 내놨는데 그게 1조 1천억 원이었다고 합니다. 분담금에서 적어도 올해는 2천억 원을 아낄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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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 회의를 쭉 지켜보다 드는 생각은 의원들이 저렇게 막무가내로 질문하고 몰아세우면 쉽게 답을 할 수 없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종섭 국방장관 역시 제대로 답변을 못했습니다. 인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추경 재원을) 세밀하게 챙기지 못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의원들에게 욕을 먹더라도 국방부가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해명하는 게 옳았다는 생각입니다. 질의를 잘 넘기려고 할 말 참거나 두루뭉술 답하는 태도가 오히려 논란을 자초했다고 봅니다. 사람이 잘못을 했어도 그 잘못의 크기만큼 비난을 받아야지, 그보다 적거나 더 많이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아울러 기재부 역시 '7조 지출구조조정'이라는 홍보성 문구를 사용해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절감 내역들은 대부분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도 연말 불용처리(못 써서 남김)되는 예산이지, 허리띠 졸라 매서 아끼고 아낀 예산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진=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조기호 기자(cjk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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