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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충북서 맞붙은 윤심 vs 문심... 중앙정계 거물들의 일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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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를 가다> ⑧ 충북
친문 핵심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영환 윤 대통령 특별 고문과 맞대결
여야, "자존심 걸린 승부" 화력 총집중
한국일보

충북지사 선거에서 맞붙은 김영환(왼쪽) 국민의힘 후보와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13일 충북CBS와 중부매일신문이 공동 주최한 충북지사 후보 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부매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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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은 선거판에서 ‘족집게 지역’으로 통한다. 역대 주요 전국 단위 선거에서 충북은 '대한민국의 평균 표심'을 정확히 대변해 왔다. 국토 중심에 자리한 덕에 표 쏠림이 덜한 충북은 선거 때마다 ‘균형자’를 자임하며 전국의 보통 민심을 이쪽 저쪽으로 변화무쌍하게 표출해 왔다.

1987년 제9차 개헌(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치러진 총 8번의 대선에서, 충북 표심이 손을 들어 준 대선 후보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승리를 거뒀다. 충북에서 이기면 대권을 잡는다는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충북서 이기는 자, 대권을 움켜쥔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도 충북지사 선거는 수도권 광역자치단체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대선 3개월 만에 열리는 ‘대선 연장전’ 성격을 지니는 동시에, 중앙 정계에서 활약했던 거물급이 맞대결을 펼치기 때문이다.

노영민(64)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서실장으로서 지근 보좌한 친문 핵심. 이에 맞서는 김영환(67) 국민의힘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특별고문을 맡은 새 권력의 중심 인물이다. ‘문심’과 ‘윤심’이 국토의 중앙 충북에서 정면충돌한 셈이다.

“코로나 위기를 잘 이겨냈잖아요. 역대 정권 중 가장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다고 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랬다고, 이젠 바뀐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죠.”

18일 충북 청주시 도심 성안길에서 만난 시민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지역경제, 균형발전 등 지역 이슈를 입에 올리는 이들은 찾기 어려웠고, 온통 전 정권과 현 정권의 대리전 양상으로 이번 충북지사 선거를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지지 후보를 묻는 질문에는, 시민들 대부분이 “더 지켜봐야겠다”며 본심을 잘 드러내지 않는 ‘충청도 스타일’로 비켜갔지만 뼈 있는 말도 나왔다. 대학원생 조모(31)씨는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인데 중앙 정치만 판을 친다”며 “공식 선거전에서는 후보 철학과 능력 검증에 유권자 관심이 집중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의도 출신들의 신구정권 대리전


맞대결하는 두 후보는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노 후보는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정치에 입문, 청주시 흥덕구에서 3선(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전 정권에서 주중대사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치과의사 출신 김 후보는 경기 안산시에서 4선(15·16·18·19대) 의원을 했고, 김대중 정부 시절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했다.

두 후보는 닮은 듯 다른 길을 걸었다. 두 사람 모두 청주 출신으로 청주고·연세대 동문이다. 김 후보가 고교·대학 3년 선배로, 사석에서는 형님 동생하는 사이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 투옥된 이력도 비슷하다. 청주에서 정치 기반을 쌓은 노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찍부터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경기에서 정치를 시작한 김 후보는 애초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했다가 충북지사로 선회, 고향에서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다.

현재 판세는 어떨까? 이달 들어 7차례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모두 김 후보가 앞섰다. 그러나 지역 특성상 지지 여부를 밝히지 않은 부동층이 많아, 선거운동 초반인 지금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노 후보 측은 현재 판세가 밀리고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표심에 변화가 감지된다”며 역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 후보 측은 ‘찐 충북인’을 내세워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충북에서 잔뼈가 굵은 노 후보가 지역 실정을 가장 잘 안다는 점을 들어 수도권이 정치 기반인 김 후보와 차별화하려는 전략이다. 노 후보 캠프의 이인우 공보단장은 “지지율 차가 서서히 좁혀지면서 이제 뒤집을 수준까지 근접했다"며 "정당 지지도 열세는 노 후보의 개인기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선 김 후보 측은 “민주당 12년 도정의 교체를 바라는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 정부 출범을 맞는 도민들의 기대감도 언급했다. 김 후보 캠프의 윤홍창 대변인은 “충북 발전을 이끌 힘이 누구에게 있는가는 도민들이 더 잘 안다"며 "그것이 여당 후보가 갖고 있는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의 '지역 인재론'에 김 후보는 ‘인재 수혈론’으로 맞받아치는 중이다. 그는 “거스 히딩크의 성공 사례처럼 외부에서 훌륭한 인재를 데려와서라도 발전을 이뤄야 한다”며 “노영민 후보의 주장은 지역주의에 갇힌 편견”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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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영환(왼쪽) 충북지사 후보와 이범석 청주시장 후보가 지난 16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정책 공조 방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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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노영민(왼쪽) 충북지사 후보와 송재봉 청주시장 후보가 16일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책 공조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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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전포인트, 청주시장 선거


충북지사 선거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도지사의 러닝메이트 격인 청주시장 후보와의 공조다. 도청 소재지인 청주시에는 충북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53.1%(지난달 말 기준)가 몰려 있다. 청주 표심이 도지사 선거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도지사 후보와 청주시장 후보의 호흡이 선거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민주당 노 후보와 송재봉(52) 청주시장 후보, 국민의힘 김 후보와 이범석(55) 청주시장 후보는 약속이라도 한 듯 16일 동시에 각각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정책 공조’와 ‘원팀 전략’을 제시했다.

노 후보와 송 후보는 청와대 시절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한배를 탄 동지 관계다. 나란히 학생운동과 시민운동을 했고, 노 후보가 청와대 비서실장일 때 송 후보가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김 후보와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윤 대통령 당선을 위해 함께 뛰면서 인연을 맺었다. 당시 김 후보는 선대본부 인재영입위원장을, 이 후보는 선대본부 미래정치연합 충북본부장을 맡았다.


청주=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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