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신청… 유럽 안보지형도가 바뀐다]
핀란드는 육지, 스웨덴은 바다로
러시아의 西進 막는 전략적 위치
5000명 규모 ‘EU 군부대’ 추진
미국과 유럽 ‘대서양 동맹’ 강화
러 침공이 독일 군비증강 명분 줘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신청은 4일 만에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핀란드가 지난 15일 나토 가입 방침을 밝히자 다음 날 스웨덴도 자국의 나토 가입 결정을 공표했다. 이어 17일 안 린데 스웨덴 외무장관이 나토 가입 신청서에 서명했고,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도 의회의 압도적 찬성(찬성률 94%)을 확인하고 나토 가입 신청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18일 오전 두 나라가 함께 나토 본부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나토 가입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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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1340km에 걸쳐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또 스웨덴의 고틀란트(Gotland)섬은 러시아 해군의 북해와 대서양 진출을 차단할 수 있는 발틱해의 ‘천혜의 요충지’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양국의 나토 가입은 우리(EU)의 단합을 더욱 강하게 할 것”이라며 “EU 27개 회원국 모두가 강력한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EU 회원국 중 나토 회원국이 아닌 나라는 스웨덴과 핀란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키프로스, 몰타 등 6국에 불과하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안보 지형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나토와 EU의 급속한 확장이다. 수년간 나토 가입을 추진했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을 받자 스웨덴과 핀란드는 바로 나토 가입을 결정했고, 영세 중립국 스위스도 나토와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조지아는 지난 3월 EU 가입 신청을 했고, 터키는 EU 가입을 숙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EU는 한발 더 나가 자체 군사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EU 강화론자’들 주도로 25국이 참여하는 별도의 ‘유럽(EU)군’ 창설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5000명 규모, 신속 대응군 형태의 부대 창설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들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나토 무용론’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EU가 자체 군사력을 키울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고 말했다.
독일의 변신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독일은 1·2차 대전 패전국인 탓에 군사적 능력이나 야심을 거세(去勢)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비 확장에 나섰다.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1.4%에 불과했던 국방비를 2024년까지 2%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우크라이나에는 전차와 장갑차, 미사일도 공급하고 있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와 포린어페어스 등은 “독일의 막강한 과학기술과 산업 생산력이 가진 군사적 잠재력은 러시아엔 악몽”이라며 “독일과 프랑스가 주축이 돼 러시아를 상대하면 미국도 중국과 더 수월하게 맞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은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 중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유럽의 지도자들은 개전 이후 수시로 회담을 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으로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와 폴란드와 헝가리, 프랑스 등에서 극우 세력의 부상으로 소원해진 EU 회원국 간 관계도 러시아라는 ‘공적’에 공동 대응하면서 더욱 탄탄해지는 것도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에 맞서 러시아도 구소련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독립국가연합(CIS)을 대신해,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이 참여하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 유라시아 경제 연합 등을 중심으로 군사와 경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올해 초 카자흐스탄의 반정부 시위에 러시아군을 투입해 진압하는 등 ‘정권 수호자’ 역할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 포쿠스 등은 “푸틴 대통령은 수시로 이 국가들의 수장을 크렘린으로 불러들여 만나고 있다”며 “푸틴의 눈치를 보며 서방에 계속 손을 내미는 이들을 묶어두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의 존재감이 약화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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