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윤석열 대통령이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5·18 희생자 유가족들과 나란히 `민주의 문`을 통과해 국립5·18민주묘지로 들어오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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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정장, 검은 넥타이. 국민의힘 의원 및 참모들과 함께 KTX 특별열차를 타고 서울에서 광주로 이동한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5·18 희생자 유족들과 손을 잡고 함께 '민주의 문'을 통과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말미에는 유족들과 손을 맞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그동안 보수정권이 자초한 5·18 관련 논란이 누그러지는 장면이었다.
윤 대통령의 민주의 문 통과가 주목받은 것은 보수정권 대통령 중 그 누구도 이 문을 걸어서 통과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호상의 이유로 차량을 통해 기념식장에 바로 입장했다. 민주의 문은 5·18 희생자들이 한데 묻힌 민주묘지의 정문으로, 세 칸짜리 기와건물 대문이다. 윤 대통령은 민주의 문 안 방명록에 '오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라고 쓴 뒤 민주광장과 추념문을 차례로 지나 추모탑 앞에서 진행된 기념식에 참석했다.
지난해 3월 정치 참여 선언 이후 세 차례나 민주묘지를 참배했던 윤 대통령은 첫 방문 때만 제대로 참배했고, 이후 두 차례는 이른바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 발언 등의 여파로 시민들의 반발 속에 공식 헌화·분향 장소인 추념탑까지 가지 못해 '반쪽 참배'를 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장에 도착해 가장 앞줄 정중앙에 앉았다. 윤 대통령 옆에는 정부 주요 인사가 아닌 유족들과 황일봉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장이 자리했다. 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때 윤 대통령이 유족들의 손을 꼭 잡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마스크가 흔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집무실에서 퇴고한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윤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오월 정신을 기반으로 한 통합을 얘기했지만, 그보다 주된 내용은 42년 전 광주의 희생에 대한 추모와 그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를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추모와 유족들에 대한 위로로 시작했고, 이후 5·18민주화운동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그날의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우리는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다"면서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말했다.
또 "5·18민주화운동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 있는 역사"라면서 "오월 정신이 담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세계 속으로 널리 퍼져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사에서도 강조한 자유민주주의를 한 번 더 언급한 것이다.
또 그 과정에서 희생한 광주를 향해 "이제 광주와 호남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위에 담대한 경제적 성취를 꽃피워야 한다"면서 "AI(인공지능)와 첨단 기술 기반의 산업 고도화를 이루고 힘차게 도약해야 한다. 저와 새 정부는 민주 영령들이 지켜낸 가치를 승화시켜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또 대선후보 시절 손편지를 써 광주시민에게 보냈던 것을 상기시키며 "광주의 미래를 여러분과 함께 멋지게 열어갈 것을 약속한다. 올해 초 손편지를 통해 전했던 그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열차로 이동하는 동안 직접 작성한 기념사를 계속 보고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차 안에서도 몇 번이나 펜으로 첨가할 부분과 뺄 부분을 고민하며 적었다는 후문이다. 통상 행사 시작 전 참고용으로 언론에 배포된 기념사와 최종 기념사는 거의 차이가 없는데, 이번에는 마지막에 '자유와 정의, 그리고 진실을 사랑하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이다'라는 문장이 추가된 것도 윤 대통령이 기념사를 끝까지 고민하며 고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인혜 기자 / 광주 = 김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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