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광주에 보수 정당이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졌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 99명이 18일 광주 국립5ㆍ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18일 오전 KTX 특별열차에 올라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2.5.18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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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7시 50분쯤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 99명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광주행 KTX 특별열차’에 탑승했다. ‘의원 전원이 5ㆍ18기념식에 참석하면 좋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참석했다고 한다. 보수정당 역사상 당 차원의 지침에 따라 지도부를 포함한 의원들이 대거 5ㆍ18기념식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열차’ 6개 칸 중 1호칸에는 대통령이, 3호칸에는 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4호칸에는 대통령 참모와 국무위원들이, 5~6호칸에는 의원들이 선수별로 나눠서 탑승했다. 윤 대통령은 식당으로 사용된 2호칸에서 당에서 ‘호남동행’활동을 벌여온 의원 7명(이채익ㆍ하태경ㆍ윤영석ㆍ정운천ㆍ김예지ㆍ김용판ㆍ전주혜)과 샌드위치 조찬을 함께 했다. ‘호남동행’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이던 2020년 9월 당이 선포한 ‘친(親)호남’ 활동의 명칭으로, 해당 의원들은 광주를 제2지역구로 배정받아 호남 관련 단체들과 꾸준히 교류해왔다.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엄수된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기념공연 '행복의 나라'를 듣던 중 눈믈을 흘리고 있다. 2022. 5. 18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동아일보 양회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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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광주에 대해 계속 노력하겠다. (대통령이)5ㆍ18 행사에 참석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어야 한다”며 “호남을 살피지 않으면 무슨 통합이 되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윤 대통령은 5ㆍ18 당시 군부의 과도한 진압을 비판하며 ‘광주에 대해 (나의)과거 발언들이 오해를 살 수 있는데, 정말 오해’라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예비후보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ㆍ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인 11월 5ㆍ18민주묘지를 찾아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다른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 그때 (시민들의 항의로)민주묘지에 못 들어갔던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16일 국회 첫 시정연설 장면도 화두에 올랐다. 한 참석자는 “그때 대통령이 의원들과 악수를 일일이 하신 게 좋았다고 했더니 ‘당연히 해야하는 줄 알았다. 과거에 안 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난항을 겪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도 화제에 올랐는데 윤 대통령은 “야당이 부결시키면 오히려 손해다. 통과될 걸로 기대한다”는 취지로 자신감을 표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0일 방한에 대해 한 참석자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회동하는 게 사실인가’라고 묻자 윤 대통령은 “미국 측으로부터 (관련 내용을)통보받은 바 없다”고 답했다.
최근 진실공방으로 이어진 무소속인 강용석 경기지사 후보와 윤 대통령 간 통화 논란도 언급됐다. 한 참석자가 먼저 해당 논란을 거론하자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동기이긴 하지만 졸업하고 연락한 적이 거의 없다. 최근에도 전혀 통화한 적도 없는데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강 후보가)출마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어 5~6호차를 찾아 탑승한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국민통합의 길에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날 5ㆍ18민주묘지에 도착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두 양복에 5ㆍ18 상징 뱃지를 착용한 뒤 엄숙한 표정으로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기념식 도중 합창곡 ‘행복의 나라로’를 듣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특히 기념식 마지막 순서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오자 이 대표를 비롯해 의원들이 대부분 주먹을 쥐고 아래위로 흔들며 노래를 제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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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기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감개무량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대표는 “저희 당이 2년 가까이 해온 호남에 대한 노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당 모든 의원들이 5ㆍ18기념식에 같이 기념하는 상황을 2년 전 누가 예상했겠나”라며 “앞으로 저희의 변화가 절대 퇴행하지 않는 불가역적인 변화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도 광주와 호남에서의 과오를 딛고 대선 때처럼 지역 일자리와 산업을 놓고 당당히 민주당과 겨룰 것”이라며 “앞으로 민주당도 호남에서 저희를 경쟁자로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5ㆍ18정신 헌법 수록을 다룰 헌법개정정치특별위원회 구성을 주장하는 데 대해선 “지금 총리 임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과제들이 나오는 게 부담스럽기는 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는 광주시당과 전남·북도당을 연달아 방문해 호남 광역단체장 후보들을 격려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저는 광주에서 검사로 두 번 근무했다. 광주가 제2의 고향”이라며 “민주당의 독점정치가 광주를 비롯한 호남의 정치적 경제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그 흔한 복합쇼핑몰 하나 들여오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권 원내대표는 전남도당에서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를 격려하며 “이 후보가 당선되면 대통령을 설득해 이 지역에 예산폭탄을 투하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인, 광주=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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