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CEO. 링크드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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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이 한국산 코인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에 ‘폰지 사기’라며 “코인 실험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부테린이 개발한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 시가총액 2위인 암호화폐다.
미국의 금융 매체 벤징가는 부테린이 이번 폭락 사태를 계기로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 등의 실험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테린이 목소리를 낸 건 이더리움 투자 교육 및 자문가로 활동하는 앤서니 서사노의 트윗에 답글을 남기면서다.
서사노는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암호화폐 업계는 폰지사기와 알고리즘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 수익률 파밍(farming) 등 지속 불가능한 헛소리를 중단하고 그런 실험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트윗에 부테린은“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명칭은 과장된 선전 용어”라고 비판했다.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이 15일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 관련 ″실험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강력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제공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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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법정 통화에 가치를 연동하도록 설계한 암호화폐다. 테라는 실물 자산을 담보로 하는 테더 등 다른 스테이블 코인과 달리 암호화폐 루나 발행량을 조절해 1개당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고안됐다.
부테린은 파밍 논란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파밍은 일종의 레버리지 이자 농사를 뜻하는 말로, 암호화폐를 대여(예치)하면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는 서비스다. 테라와 루나 생태계를 만든 테라폼랩스는 투자자가 현금을 주고 테라를 산 뒤 이를 맡기면 연 20% 수준의 수익률을 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았다.
이런 방식에 대해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제공해야만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는 일종의 다단계 금융사기(폰지 사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부테린은 이와 관련 자신의 트위터에 “20%의 수익률은 바보 같은 말”이라며 “이번 폭락으로 손실을 본 암호화폐 업계 큰손 ‘고래’보다 소액 투자자를 먼저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가 16일(현지시각) 테라 블록체인을 부활시키기 위해 또 다른 블록체인을 만들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제공 테라 리서치 포럼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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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테라와 루나의 개발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새로운 네트워크로 테라 블록체인을 부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16일 그는 ‘테라 리서치 포럼'에 “테라 생태계와 그 공동체는 보존할 가치가 있다”며 실패한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를 없애고 테라의 블록체인 코드를 복사해 새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테라 리서치 포럼에 공개한 계획에 따르면 권 대표는 오는 18일(아시아 시각 기준) 부활 계획의 동의 여부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고,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오는 27일 새로운 네트워크를 공개할 예정이다. 권 대표는 “테라의 앱 생태계에는 수백 명의 개발자, 테라 스테이션은 전 세계 백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있는 대규모 설치 기반이 있다”며 테라 블록체인 부활을 추진했다.
이번 부활 계획은 테라 블록체인을 심폐 소생하려는 권 대표의 두 번째 제안이다. 그는 지난 14일 10억 개의 신규 토큰을 테라와 루나 보유자에게 분배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소유권을 재구성하겠다며 회원의 동의를 물었다.
다만 권 대표의 시도가 이번 폭락으로 고통받는 투자자를 구원할 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는 지난 16일 “테라와 루나 폭락으로 큰 손실을 본 투자자는 위기에서 벗어날 해법을 기대하고 있지만 암호화폐 전문가들의 예상은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다”고 보도했다.
도지코인의 공동 창업자 빌리 마커스는 권 대표를 향해 “새로운 피해자를 끌어들이지 말고 떠나라”며 “사라진 돈과 붕괴된 네트워크에 대한 권 대표의 해결책은 ‘더 많은 돈을 찍어내겠다’는 것에 불과한데 이성적인 사람들이 이 상황을 완전히 끝내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지난 13일 오전 루나와 테라를상장폐지한 뒤 반나절 만에 재상장했다. 이후 루나 가격이 500배 폭등하는 등 이상현상도 발생했다. 자오창펑바이낸스 CEO는 "거래가 시작됐다고 코인을 사면 안 된다.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오창펑 CEO는 테라의 초기 투자자로, 바이낸스는 2018년 테라폼랩스에 300만 달러(38억3500만원)를 투자했고 루나 1500만 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루나가 급등하며 바이낸스가 보유한 루나 평가액은 지난달 한때 16억 달러(2조451억 원)까지 치솟았다. 미국 경제지 포춘은 이번 폭락으로 현재 그 가치가 2391달러(305만 원)로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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