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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루나 후폭풍 커지는데 창업자들은?” 권도형은 수습 못하고, 신현성은 책임 회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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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코인’ 루나·테라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두 코인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들의 이상 행보에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시가총액 10위권에 들던 코인이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됐음에도 권도형 대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안을 해결책이라고 내놓고, 신현성 대표는 책임 회피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비즈

신현성(왼쪽)과 권도형 테라폼랩스 공동 대표. /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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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대표는 지난 14일 트위터를 통해 “내 발명품이 모두에게 고통을 줬다는 점이 마음 아프다”면서 ‘테라 생태계 복구 계획’을 발표했다. 권 대표는 테라 복구를 위해 총 10억 개의 토큰을 새로 발행한다고 밝혔다. 그의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테라(UST) 디페깅 전 루나, bLUNA, lunaX 코인 등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토큰 4억 개, 디페깅 전 UST 보유자에게 4억개, 테라 블록체인이 정지되기 직전에 루나 보유자에게 1억개, 커뮤니티 풀에 1억개가 분배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그의 계획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새로운 코인을 지금 만든다고 해서 망가진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그러려면 새로 발행하는 코인이 성공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이미 시장의 신뢰도는 바닥인 데다가 그 코인은 빚더미를 안고 시작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권 대표의 계획이 “마지막 외침같이 들린다”고도 말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권도형 대표가 말한 복구 방안은 새로운 코인을 만들어 기존의 테라 코인, 루나 코인 보유자에게 배포하는 방식”이라면서 “새로 만들어질 코인이 얼만큼의 가치가 있을지, 그 가치가 상승할 수 있을지는 생태계 성장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가 과거 했던 발언들도 재조명 받고 있다. 권 대표는 지난 5일 체스 관련 인터넷매체 ‘체스 닷컴’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가운데 95%는 죽을(몰락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일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에는 영국의 경제학자 프란시스 코폴라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실패 가능성에 대해 지적하자 권 대표는 “나는 트위터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토론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그녀에게 보낼 잔돈이 없어 미안하다”고 조롱했다.

테라폼랩스의 또 다른 설립자인 신현성 대표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란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권도형 대표는 지난 2018년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인 신 대표와 의기투합해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이후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T)와 그를 유지하기 위한 루나를 발행했다. 테라는 연 20% 이자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며, 이더리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신 대표는 국내외 언론에 출연해 루나와 테라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바 있다. 불과 2주 전에도 신 대표가 출연한 영상이 올라왔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신현성 대표는 2주 전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던 ‘신현성 티몬 의장이 분노에서 시작한 테라’ 영상 등을 비공개 전환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영상은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업한 신 대표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개념과 구조에 대해 설명한 영상이다. 테라와 루나, 차이 생태계 시작 배경과 연관성 등을 담았다.

영상에서 신 대표는 “카드사, PG(전자지급결제대행)사가 수수료를 많이 떼어 가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꼈다”고 말한다. 사실상 테라 프로젝트를 홍보했다. 영상이 올라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주 전이다. 사실상 루나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것이다. 신 대표 측은 사태가 심각해지자 돌연 언론업계 관게자들에게 연락을 돌리며 지난 2020년 신 대표가 테라 지분을 처분했고, 이번 사태와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신 대표는 2019년 테라폼랩스와 제휴를 맺었던 간편결제 전문기업 차이홀드코 총괄 대표를 맡고 있다. 차이홀드코 자회사 격인 차이코퍼레이션은 루나 사태가 발생하자 곧바로 “신현성 차이홀드코 대표는 이 사태와 무관하다”는 자료를 냈다.

차이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차이와 테라는 별도로 운영되는 독립 법인이고, 신 대표는 지난 2020년 테라 지분을 모두 양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라며 “2020년 이후 테라와 협력 관계에 있던 것도 종료됐다”라고 말했다. 신 대표가 현재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차이홀드코가 싱가포르에도 있고 해외 법인들도 있어 왔다갔다 한다”면서 “현재는 어디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신 대표가 2020년 테라 지분을 양도했다고는 했지만 루나 코인 보유 여부 등은 확인할 수 없다고도 했다. 코인 관련 커뮤니티에는 “신 대표가 유튜브 등을 통해 테라와 루나 코인을 홍보한 영상을 보고 전 재산을 투자했다”며 “사태가 터지자 자신과 아무 상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편 16일 오후 1시 57분 기준 코인마켓캡에서 루나는 0.0000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119달러까지 치솟으며 가상자산 시가총액 50조원에 육박하던 ‘국산 코인’은 며칠 만에 코인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 미 1달러 가치에 고정돼야 하는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T)는 같은 시각 0.17달러를 기록 중이다.

김효선 기자(hyo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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