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전방증강전개군(EFP) 소속 탱크와 보병전투 차량들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라트비아 아다지 훈련장에서 실시되는 ‘아이언 스피어 2022’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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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공식화한 핀란드와 스웨덴이 뜻밖의 걸림돌을 만났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30개 회원국 만장일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나토 회원국 터키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15일(현지시간)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나토 가입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미 지난 12일 며칠 이내에 나토 가입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웨덴도 오는 16일 나토 가입 신청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은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됐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양국의 가입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한 데다 나토 핵심 국가인 미국도 지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터키가 제동을 걸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13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금요기도에 참석한 후 기자들에게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긍정적인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토 가입은 30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터키가 끝까지 반대하면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은 어렵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14일 핀란드 국영 매체 ‘YLE TV1’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터키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그와 정반대였다”면서 당혹감을 드러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반대하고 나선 배경에는 쿠르드노동자당(PKK)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긍정적일 수 없다”면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테러 조직들의 게스트하우스와 같다. 특히 스웨덴 의회에는 PKK와 같은 테러 단체들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터키는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을 추구해온 PKK를 테러 조직이자 최대의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PKK를 테러 조직으로 분류하지만 핀란드와 스웨덴은 PKK에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터키는 PKK가 유럽에서 자금과 조직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특히 스웨덴에서 공고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고 본다. 쿠르드족 이민자들이 많은 스웨덴에서는 쿠르드족 출신 6명이 의회 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스웨덴은 터키가 나토 가입 문제를 지렛대 삼아 협상을 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안 린데 스웨덴 외무장관은 13일 현지 라디오 매체와 인터뷰에서 “터키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우리의 나토 가입을 이용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내년 6월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PKK 문제를 꺼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에르도안은 나토의 만장일치 의사결정 시스템을 이용해 오랫동안 여러 사안에서 다른 회원국들의 양보를 얻어내왔다”면서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에는 F-35 전투기 도입 또는 시리아내 쿠르드족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양보를 얻으려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사국들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이브라힘 칼른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14일 “우리는 (나토 가입의)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들(핀란드와 스웨덴)이 안보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우리에게도 우리의 안보에 대한 우려가 있다. 우리는 이를 상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교장관은 14일 터키 외무장관과 만나 해법을 찾을 것이라면서 “결국에는 해법을 찾아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회원국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르체아 제오아너 나토 사무차장도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기자들을 만나 “의견일치에 이를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나토를 주도하는 미국도 터키와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렌 돈프리드 미 국무부 유럽 및 유라시아 담당 책임자는 “미국은 터키의 입장을 분명히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터키가 스웨덴의 가입을 반대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 니니스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핀란드의 대외정책 노선 변경은 오랜 기간 동안 선린과 협력 정신 속에 구축되고 상호 유익한 성격을 띠어온 러시아와 핀란드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14일 0시부터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인테르 RAO의 자회사 RAO 노르딕을 통해 핀란드에 공급하던 전력을 차단했다. 러시아는 전력요금 납부 차질을 이유로 내세웠으나 핀란드의 나토 가입 추진에 대한 압박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산 전력은 핀란드 전체 전력 사용량의 10%를 차지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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