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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대러 제재에 또 어깃장…헝가리 총리 '훼방꾼'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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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오르반 총리, 스포일러 역할에 자부심"

연합뉴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A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유럽연합(EU)의 6차 대(對)러시아 제재안의 핵심인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처를 무산 위기로 몰아넣으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원유 금수와 관련한 EU의 논의가 헝가리의 반대로 중단되면서 오르반 총리에게 다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헝가리의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는 64%에 이르며,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85%다.

헝가리를 포함해 대러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슬로바키아를 제재에 동참시키기 위해 다른 EU 회원국들은 두 나라에 상대적으로 더 긴 유예기간을 제시했지만, 헝가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이날 송유관을 통한 러시아 원유 수입을 허용해야만 러시아산 원유 금수에 합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브뤼셀(EU 집행부)이 스스로 만들어낸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아야만 이 제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헝가리는 대러 에너지 의존을 낮추기 위한 기반시설 현대화 등에 수십억 유로의 비용이 예상된다면서 러시아산 원유 금수는 헝가리 경제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런 이유와 더불어 오르반 총리에게는 이번 사안을 EU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렛대'로 삼을 다른 동기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오르반 총리는 1989년 민주주의를 주장하며 소련의 철군을 요청한 연설로 이름을 날리고 1998년부터 4년간 총리로 재임했으나, 2010년 재집권한 뒤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밀하게 지내면서 러시아 자원 의존도를 높이는 정책을 폈다.

오르반 총리는 이에 더해 EU의 민주주의, 법치주의에 대한 요구가 헝가리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헝가리의 부정부패와 사법권 독립 방해, 언론탄압 등 의혹을 비판하는 EU와 충돌을 빚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헝가리에 대한 80억 달러(약 10조2천억원)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 기금 집행을 보류하는 등 압박을 강화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대러 제재와 같은 핵심 사안을 결정하는 데 27개 회원국 전부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 EU의 의사결정 원칙은 오르반 총리가 이런 압박을 비껴가거나 완화할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

다니엘 헤게뒤스 독일마셜기금 연구원은 오르반 총리가 EU 의사결정에 헝가리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자국에 대한 재정적 불이익을 막기 위한 일종의 '무기'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YT는 오르반 총리 자신도 EU 내부의 '방해꾼'(spoiler)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작년 10월 오르반 총리는 소련에 대항한 민주화 운동이었던 1956년 헝가리 혁명 기념일 연설에서 EU 집행부와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기계에 들어간 모래와 같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고 NYT는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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