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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경유값 1931원인데 41원…도움 안되는 유가연동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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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경유 재고가 부족해지면서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9일 대전시 서구의 한 주유소에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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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면서 경유를 주로 사용하는 물류·운수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경유에 대해 추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화물업계에서는 경유차 운전자의 부담을 더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화물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하면서 유류세에 연동되는 유가보조금이 감소했다. 내는 세금이 줄면 보조금도 함께 깎이는 구조여서다. 유가보조금은 현재의 유류세율에서 2001년 6월 당시 유류세율(L당 약 183원)을 뺀 만큼을 지원하는 제도다. 따라서 유류세를 기존 20% 인하하면 보조금이 L당 106원 줄고, 인하 폭을 30%로 확대하면 보조금은 L당 159원 더 감소한다.

경유 가격의 상승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면서 경유 가격은 L당 58원의 추가 할인 효과가 발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가격은 오히려 L당 22.56원(9일 오후 5시 기준) 상승했다. 이날 전국 주유소의 경유와 휘발유 평균 가격 차이는 L당 7.17원이다. 인천과 제주 지역은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섰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기 전인 20% 또는 이전 수준에서 유가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공식 전달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이날 “유류세가 인하되면서 유가보조금도 함께 줄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줄어든 유가보조금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이달부터 3개월간 ‘유가연동보조금’을 추가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연동보조금도 충분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유가연동보조금은 경유 가격이 기준가격인 L당 1850원보다 오르면 초과 상승분의 절반만 지원하는 방식인데, 이날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경유 평균 가격이 L당 1931.32원(오후 5시 기준)이므로 실제 보조금은 L당 40.66원 수준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지난달 결의대회에서 “유류비용이 급격히 상승한 데 반해 운송료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화물노동자는 월 200만원 이상 소득감소를 겪고 있고, 유가연동보조금 한시 도입도 사실상 지원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높은 경유 가격이 유지되면 장거리 차량 운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운송사업자 등 경유차 운전자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화물차 운전자 32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화물차의 월평균 유류비 지출액은 279만1000원(유가보조금 환급액 반영)으로 전년(252만8000원)보다 10.4% 증가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을 더 확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재정에 한계가 있는 데다, 다른 운송수단들과의 형평성 문제, 탈(脫)탄소 드라이브에 역행한다는 비판 등을 염두에 둬야 해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고유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기름값에 대한 지원을 한시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화물시장의 운송비 합리화를 유도하는 등 인플레이션 상황의 장기화에 업계가 직접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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