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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현실 모르는 정부 제도"…우윳값 뛰는 이유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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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범 한국유가공협회 회장 인터뷰

우윳값이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유뿐 아니라 치즈 같은 유제품 가격이 10% 가까이 뛰었다. 다른 먹거리 가격도 모조리 올랐지만, 유독 우윳값 인상은 의미가 남다르다. 음료의 한 종류일 뿐이지만, 주식인 쌀에 견줄 만큼 존재감이 커서다.

우유는 단백질‧유당‧미네랄‧비타민‧칼슘 등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어 ‘완전식품’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유 한잔으로 한 끼 식사를 대신하는 수요도 적지 않다. 이창범(62) 한국유가공협회 회장은 우윳값이 뛰는 이유를 ‘제도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관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을 거쳐 낙농진흥회장(4년)을 지냈다.

중앙일보

이창범 한국유가공협회 회장.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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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다른 국가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원유 제도가 우윳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우유는 정확히 가공유다. 젖소에서 채취한 원유를 사람이 바로 마실 수 있도록 가공한 제품이다. 치즈 같은 유제품도 원유로 만든다. 매일유업·남양유업·서울우유 같은 유가공업체들은 젖소를 키우는 낙농가에서 사 온 원유를 가공해서 우유나 유제품으로 만든다. 그런데 이들 업체는 낙농가에서 원하는 가격에, 필요한 만큼 원유를 살 수 없다. 정부에서 가격과 구매 양을 정해놔서다.



“정부가 원유 가격, 구입양 정해놔”



2002년 도입한 원유 쿼터제, 2013년 도입한 원유가격 연동제 때문이다. 쿼터제는 유가공업체들이 낙농가에서 정해진 양을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제도다. 예컨대 올해 필요한 원유량이 100L라도 쿼터제에 따라 150L를 사야 한다. 연동제는 생산비용에 따라 원유가격을 정하는 제도다. 시장 상황은 반영되지 않고 낙농가의 생산 원가만 따져서 원유 가격을 정한다. 이 회장은 “해당 제도를 만들 당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지만, 수요가 확 줄어든 현재도 이들 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팔고 남는 우유는 대개 분유로 만든다. 이 회장은 “지난해도 국내 유가공업계에서 필요한 우유는 170만t이었는데 204만t을 해외 원유보다 비싼 값에 샀다”며 “남는 우유는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분유로 만드는데 원가가 비싸니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수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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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범 한국유가공협회 회장.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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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유가공업체들의 매출이 좋았지만, 영업이익이 하락한 이유다. 지난해 서울우유협동조합의 매출은 전년보다 5% 증가한 1조8434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2.1% 감소한 582억원이다. 남양유업도 매출은 전년보다 72억원 늘어난 9561억원이지만, 76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 회장은 “팔기는 많이 팔아도 남는 것이 없으니 유가공업체들이 해야 할 투자는 못 하고 기존 시설로 분유‧치즈·식물성 우유‧커피‧콜라젠 음료 같은 여러 제품을 기웃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유와 유제품으로 만들 물량 가격 달리해야"



이 회장은 우윳값 안정을 위한 방법으로 ‘원유가격 차등제’를 꼽았다. 우유로 만들 물량과 유제품으로 만들 물량의 가격을 다르게 적용하자는 의미다. 예컨대 쿼터제를 적용해 사야 할 원유가 200L이고 실제로 유가공업계에서 필요한 원유(우유)가 150L라면 필요한 150L는 정해진 가격에 사고 나머지 50L(유제품)는 가격 조율을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낙농가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제도”라고 지적한다. 사룟값 인상,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시설 투자 등으로 낙농가의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사룟값 등은 생산비용에 포함되기 때문에 가격에 반영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입한 멸균 우유를 마시는 젊은 층이 크게 늘었다”며 “이대로라면 국내 유가공업계가 흔들리고 결국 낙농가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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