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Be ambitious' 안철수, 보수혁명에 시동을 걸어라 [노원명 에세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분당갑 출마를 선언하자 일각에선 '국회의원 배지 달려고 대선후보 단일화 했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윤희숙 전 의원같은 사람은 나가려면 인천 계양을로 나가 이재명씨를 맞상대하라고 주장한다. 일리있는 말이지만 국민의힘은 안철수를 더 귀하게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이재명 잡는 매' 정도로 안철수를 쓰는 것은 작게 쓰는 것이다. 그것은 윤희숙씨 본인이 하는게 알맞는다.

지난 대선에서 윤-안 단일화가 없었다면 0.73%p 표차가 어떻게 변했을지 상상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안철수측은 이재명이 이겼을 것이라 생각하고 윤석열측은 더 이겼을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선거직후 여론조사에 근거해 추정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알수 없는건 재미로 상상하면 되지 진지하게 따지지는 말아야 한다. 다만 안철수를 같은 편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내일모레 닻을 올리는 윤석열 정부의 출발은 지금보다 더 불안하고 왜소해 보였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윤-안 단일화 성적표는 지난 대선이 아니라 오는 6·1 지방선거부터 계산하는게 맞다. 윤-안이 그리는 그림의 윤곽이라도 드러나야 판단할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개월은 크게 아쉬웠다. 안철수의 역할이 거의 없었고 윤-안 공조가 때때로 흔들렸다. 용산 집무실 이전과 검수완박을 전선으로 신-구 정권 갈등이 폭발하자 안철수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았다.

윤석열 당선인이 안철수라는 '범퍼'를 더 크고 두텁게 활용했더라면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고 리스크를 낮추는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안철수를 120% 활용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그를 통해 국민의힘을 바꾸는 것이다. 안 위원장 본인도 내각에 자기 사람 몇명 참여시키는 '소수 지분' 챙기기에 신경쓸 것이 아니라 보수혁명의 설계자가 되는 원대한 꿈을 꿔야 한다.

지난달 안철수 위원장 부친 안영모 전 범천의원 원장 부음 기사를 데스킹하며 이런 생각을 잠시 했다. '안철수는 복이 많은 사람이다.' 한국 정치를 움직이는 사람들중에는 금수저도 있고 흙수저도 있다. 부자나 권력자 아버지를 둔 정치인들은 생활로서의 정치를 태어나면서부터 배운다. 사람을 부리는 기술, 권력의지 같은 것이다. 흙수저들은 가난과 싸우며 이 모든것을 혼자 배운다. 여의도에는 이 두 유형의 사람들이 넘쳐난다.

아버지로부터 '선한 영향력'을 배운 정치인들은 소수다. 故 안영모 원장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기사에서 본 것이 전부다. '부산 슈바이처'같은 언론의 작명이 과장된 것일수도, 평가에 아들의 유명세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다만 그런 인생을 산 사람들이 자식을 어떻게 키우는지, 그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은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보면 안다. 안 위원장은 이웃을 생각하는 인격자 아버지 밑에서 바르게 큰 사람으로 보인다. 한국 정치에서 드문 유형이다.

안철수의 가장 큰 장점이 그의 '정상성'에 있다고 하면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꽤 많을 것이다. 그는 진영을 여러번 옮겨다녔고, 툭하면 중도하차했고, 그래서 '간보기'의 거장 소리를 듣기도 했고, 국회의원에 두번 당선된 것을 빼고는 정치인으로서의 '실적'이 볼만하지 않다. 그를 욕망의 화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적 능력은 여전히 물음표다.

대신 그는 거짓말을 잘하지 않고 졌을때는 두말하지 않았고 말이 선동적이지 않다. 그가 한국사회 제반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것을 들으며 동의하지 않은 적은 있지만 위화감을 느낀 적은 별로 없다. 상식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코로나 자원봉사중 땀에 절은 가운을 걸친 모습으로 큰 감동을 준 적이 있다. 무척 자연스럽게 보여 감동이 컸던 것인데 그런 자연스러움은 연출로 만들어지기 어렵다. 그의 성장 배경을 생각하게 하는 사진 한장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는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의 타락에 가까운 일탈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렇게 막갈수 있는 것은 국민의힘과 한국 보수주의를 우습게 보기 때문이다. 정치는 상대평가여서 경쟁상대보다 더 매력없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세상에, 더불어민주당은 저렇게 하고도 자신이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을 이길 자신이 있는 것이다. 이건 온전히 국민의힘과 한국 보수의 책임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안철수씨에게 주어진 소명은 국민의힘을 매력정당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이념적으로는 넓되 정의적 원칙에는 투철한, 유연하면서 단단한 보수정당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이 그렇게 바뀌면 더불어민주당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바뀌지 않으면 절멸할 것이므로. 즉 국민의힘이 바뀌면 한국정치가 바뀌고 보수혁명이 곧 정치혁명이다. 그 일을 안철수씨가 해 줬으면 좋겠다.

김종필은 5·16을 설계해 조국근대화를 이룩한 혁명가였다. 그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지만 그 발자국 크기가 결코 김영삼, 김대중에 비해 작지 않다. 안철수가 보수개혁을 통한 정치혁명에 성공한다면 본인이 대통령이 되고 말고에 상관없이 역사에 큰 이름을 남길 것이다.

[노원명 오피니언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