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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무역·투자·물가 비상인데…기름 붓는 강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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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동치는 금융시장 ◆

주요국 경기침체 우려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된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서 원화값 추락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문제는 원화값 급락 여파로 무역, 투자, 물가 부문에서 한국 경제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27일 관세청에 따르면 원화값 하락폭이 두드러진 올해 1분기 무역수지는 39억5700만달러 적자로 13년6개월 만에 처음 분기 기준 적자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전 세계 공급망 차질로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며 수입액이 수출액을 넘어선 영향이다.

당분간 원화값 하락세는 계속될 공산이 크다. 중국과 일본 경기 부진에 위안화와 엔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있고 원화값에 6개월가량 앞서 움직이는 순상품교역지수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 한 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따진 순상품교역조건지수(2월 기준)는 1년 새 7.4% 급락하며 11개월 연속 하락했다. '원화값 하락→수입물가 상승→무역수지 적자→원화값 하락'과 '원화값 하락→물가 상승→국민 실질 구매력 하락→내수 위축'이라는 악순환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원화값 하락에 빠르게 식고 있는 국내 설비투자도 더 움츠러들 가능성이 크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7%로 지난해 3분기(0.3%) 이후 반년 만에 분기 기준 성장률이 0%대로 떨어졌는데 설비투자가 4.0% 급감한 게 컸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2019년 1분기(-8.3%)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원화값이 급락하면 설비투자 비용 부담이 늘며 생산마저 위축될 수 있다. 한은은 올해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이 2.2%로 전년(8.3%) 대비 뚝 떨어질 것으로 봤다.

수입 물가 상승은 올해 성장률 회복 핵심인 민간소비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1% 올라 10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고물가가 계속될 것이라고 본 국민들이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고물가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면 국민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중되고 재차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

외환당국은 26일 원화값 추락에 대해 구두 개입성 메시지를 냈지만 글로벌 강달러 압력을 막지는 못했다. 국가 '외화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외환보유액은 무역적자와 달러 강세에 달러 환산 보유액이 급감하며 3월 4578억1000만달러까지 줄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원화 가치 하락 추세가 이어져도 시장에서 대비할 수 있도록 천천히 움직이면 큰 문제가 없는데 예상 밖으로 가격이 변동하는 폭과 속도가 빨라졌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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