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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佛극우 대통령 가능성"…삼세번에 대권 문턱 온 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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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4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대선 패배 승복 연설을 하는 마린 르펜(54·국민연합·RN) 후보.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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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국민이 우리를 선택했다. 눈부신 승리(shining victory)를 거뒀다.”(마린 르펜)

24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45) 대통령의 승리로 돌아간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마린 르펜(54) 국민연합(RN) 후보 역시 또다른 ‘승자’라는 외신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후 르펜 후보는 승복 연설에서 대선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득표율 자체만으로 우리는 승리했고, 희망을 봤다”고 고무된 분위기를 전했다. 41.46%를 득표한 르펜 후보는 똑같은 구도로 맞붙었던 2017년 결선 투표(33.9%) 때보다 지지율을 7.56%포인트 끌어올렸다. 마크롱 대통령과의 격차는 5년전 32.2%에서 17.08%로 절반으로 좁혔다.

르펜 후보가 이번 대선 결선에서 거둔 득표율은 극우 후보가 얻어낸 전례 없는 성과다. 르펜 후보는 그간 극우 색채를 꾸준히 순화시키며, 서민층을 겨냥한 경제 정책을 발표해왔다. 이를 통해 ‘극우’에 대한 거부감이 뿌리깊은 프랑스 사회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지지층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가 대선에서 결선 투표제도를 도입한 이후 극우 성향 정치인이 결선까지 올라간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시작은 2002년 르펜 후보의 아버지이자 원조 극우 아이콘인 장마리 르펜이었다. RN의 전신인 국민전선(FN)의 후보로 결선에 진출한 장마리 르펜은 17.8%에 그쳐 상대 후보였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에게 대패했다.

딸인 르펜 후보는 2017년에 이어 올해도 결선 투표에 올랐고, 아버지의 2배 넘는 표를 끌어모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결선 투표에서 르펜 후보의 추격에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특히 르펜 후보 당선 땐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결속이 약화하는 등 기존의 서방 질서가 지각 변동을 겪을 수 있단 점에서 국제사회 역시 긴장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향한 제재에도 균열이 예상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디 애틀랜틱은 “이번 대선은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명백한, 프랑스의 세 번째 위협”이라고 했다. 매체는 “프랑스 유권자들은 극우 후보에 점점 더 많은 표를 던지고 있다”면서 “추세는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외신은 르펜 후보가 프랑스에서 지지를 받는 인물로 부상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CNN은 “프랑스 민족주의와 반 세계화, 반 자유주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는 극우 세력이 공감을 얻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당장 5년 뒤 르펜 후보 또는 다른 극우 후보가 집권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르펜 후보가 5년 뒤 다시 대통령에 도전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르펜 후보는 이날 승복 연설에서 대선 승리자에 대한 의례적인 축하는 생략한 채, 6월 총선 승리를 위한 결의를 보였다. 그는 “이제 우리는 총선을 위한 전쟁을 시작한다”며 “나는 2차전에서 마크롱에 맞설 용기를 가진 모든 사람을 이끌고 이 전투를 치를 것”이라고 선포했다. 프랑스 국제방송인 프랑스24는 “르펜 후보가 넓어진 지지층을 발판삼아, 6월 국회의원 총선에서 승기를 이어가려 한다”고 전했다.

오창룡 고려대 노르딕-베네룩스센터 교수는 “극우 세력이 결선투표까지 올라간 데 이어 격차까지 좁혀, 현지서도 놀라고 있다”며 “5년 뒤 프랑스에서 극우가 집권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유럽 극우 세력의 확산은 미국 주도의 기존 자유 무역주의에서 보호 무역주의로 전환하려는 추세를 내포한다”고 진단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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