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중반을 저점으로 치솟기 시작한 팜유(대표적인 식물성 기름) 가격이 최근까지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상사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 삼성물산(상사 부문)이 모두 인도네시아에서 팜농장을 운영 중이다. 2009년 삼성물산이 2만4000㏊ 규모 농장을 인수하면서 가장 먼저 진출했고, LX인터내셔널(2009년)과 포스코인터내셔널(2011년)이 뒤따랐다. 현재 운영 규모가 가장 큰 곳은 LX인터내셔널(4만5000㏊)이고, 약 3만5000㏊를 보유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작년 말 싱가포르에 팜 사업 확장을 위해 지주사인 아그파(AGPA)를 설립했다.
지난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팜유 생산량 16만4000t, 매출 1억4600만달러, 영업이익 6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9년과 비교해 무려 9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LX인터내셔널 등 다른 상사들의 이익도 비슷한 증가폭을 보였다.
국내 상사들이 인도네시아 농장서 생산하는 팜유는 대부분 현지 내수용으로 판매된다. 따라서 이번 수출 중단으로 인한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상사업계 관계자는 "수출 제한 조치가 길어질 경우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제한 조치가 풀릴 경우 재고량 확보 등을 위한 수요가 몰리면서 국제 가격이 또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팜유가 바이오디젤 주원료로도 쓰이다 보니 국내 화학·정유업계는 수급난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자동차용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혼합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팜유 값이 급등했는데, 이제는 인도네시아를 대체할 수입처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한 바이오디젤 제조업체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지역에서 팜유를 대부분 들여오고 있는데 이번 조치로 인해 수급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음달분까지는 재고가 확보됐지만 2분기부터 팜유 대신 대두유를 일부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연료의무혼합제에 따라 국내 정유업체들은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3.5% 비율로 혼합해 판매하고 있다. 다만 이 비율을 상시적으로 지키는 게 아니라 연평균으로 맞추면 된다. 이번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가 국내 경유차 운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바이오디젤은 수개월 치 재고를 보유하는 제품군이 아닌 데다 원료 가격이 연동되는 구조라서 팜유 가격 급등으로 인해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유섭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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