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정각원에서 지난 6일 수요법회가 진행되고 있다. 동국대 정각원 누리집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조계종 종립학교인 동국대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승려가 소속 종단인 조계종의 내부 시정 절차를 밟지 않고서 행정기관인 노동위원회에 먼저 구제 신청을 냈다는 이유로 중징계 처분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내려졌다.
24일 불교계에 따르면, 조계종 소속 진우 스님은 2015년 5월부터 동국대 학내 사찰인 정각원에서 종교 행사, 학교 강의 등을 담당하는 교법사로 일하던 중 지난 2020년 5월 일방적으로 교법사 직위에서 면직당했다.
이에 진우 스님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지노위는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며 계약 체결 후 2년이 경과한 시점부터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전환된 점 등을 들어 학교 조치를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하지만 조계종은 그해 8월 진우 스님이 내부 규정인 승려법 등을 위반했다며 제적했다. 조계종 자체 규정인 승려법 제47조는 종단 대내적인 문제나 사찰과 사찰, 승려와 승려 사이의 문제로 종단 내 사정기관의 시정 절차를 밟지 않고서 사회기관에 고소, 고발, 진정, 탄원 등의 행위를 한 자는 공권정지 5년 이상 제적의 징계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적은 승적 말소·공권 박탈에 더해 더는 승복을 착용할 수 없도록 하는 징계 조치로, 승려 신분을 박탈해 절 밖으로 내쫓는 ‘멸빈’ 다음가는 중징계다.
지노위 결정에 불복한 동국대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됐다. 동국대는 이후 법원에 중노위의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도 냈으나 패소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부당해고’ 판단을 받은 진우 스님은 조계종단의 징계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 21일 조계종의 제적 징계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원고는 해고로 인해 교법사 직위뿐 아니라 근로자 지위까지 상실하게 된 만큼 더 이상 종단 내부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며 “해고가 종단 내부 문제임을 전제로 종단이 한 징계처분은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무효”라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동국대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해고가 정당한 이유가 없는 부당해고라며 학교의 청구가 기각됐고, 그 판결이 확정됐다”고 지적했다.
또 진우 스님에게 내려진 징계처분이 종단에서 자율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종교적 사항으로, 사법 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조계종 주장에 대해 ‘징계사유가 불교의 교리 해석과 연관돼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보면 법원이 징계처분의 당부(옳고 그름)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동국대는 중노위를 상대로 낸 재심판정 취소소송 중에 진우 스님을 돌연 학교 교법사로 복직시킨 바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항상 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 신청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