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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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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폭 드론, 獨 탱크… 우크라에 무기지원 속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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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돈바스 대공세에 맞서…

바이든, 1주일만에 다시 1조원 지원 결정

미군, 우크라 요구에 맞춰 개발

‘피닉스 고스트 드론’ 지원키로

獨, 처음으로 공격무기 제공 추진

英, 스토머 대공 장갑차 보내기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극초음속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며 서방을 위협하자, 미국과 유럽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이 속도를 내고 있다. 확전 우려 때문에 직접 군대를 보내지 못하는 만큼, 가능한 최대한의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로 파악된다. 서방에 대한 러시아의 협박에 반발해 우크라이나를 더 돕겠다는 분위기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고집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형국이다.

조선일보

마리우폴의 러시아軍 탱크·트럭 행렬 - 21일(현지 시각) ‘Z’ 표식이 그려진 러시아군 탱크와 트럭 행렬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도로를 지나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는 마리우폴 인근 마을에서 러시아군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학살 민간인 집단 매장지 200여 곳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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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에 8억 달러(약 1조원) 규모의 군사·경제 추가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3일 헬기와 장갑차 등 공격용 무기를 포함한 8억 달러어치의 군사 지원책을 공개한 지 일주일 만에 같은 규모의 지원을 또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날 발표된 신규 지원 무기에는 155㎜ 곡사포 72문, 포탄 14만4000발과 ‘피닉스 고스트’ 전술 무인기(드론)가 포함됐다. 미국 CNN은 “이번 방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미국은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총 34억 달러(약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 중 피닉스 고스트 드론은 미군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별도로 개발한 신무기다. 미 국방부 고위 인사는 “우크라이나군의 요구에 맞춰 미 공군이 신속하게 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스위치 블레이드 드론(일명 가미카제 드론)과 크기와 기능이 유사해 배낭에 넣어서 다니다 쉽게 날려 보낼 수 있고, (정찰 임무 중) 적을 발견하면 목표물에 충돌해 폭발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6일 스위치 블레이드 100기를 이미 지원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를 위한 맞춤형 드론을 또 제공하는 셈이다. 미국은 이 밖에 우크라이나 경제 지원을 위한 5억 달러(약 6200억원) 자금 제공도 발표했다.

유럽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그동안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이란 비판을 받았던 독일이 앞장섰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21일 “독일이 슬로베니아의 M-84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슬로베니아에 대체 장비를 제공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M-84는 구(舊)소련제 T-72 전차의 개량형이다. 독일이 간접적으로나마 전차 같은 공격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은 처음이다. 영국은 스타스트릭 초고속 대공 미사일을 17발 탑재 가능한 스토머 대공 장갑차와 병력 수송 차량 총 120대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또 노르웨이는 “프랑스제 미스트랄 방공 시스템 100세트의 제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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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강화된 서방의 무기 제공은 러시아의 돈바스 대공세에 대한 강경 대응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전황이 극도로 긴박해졌다”며 “푸틴 대통령이 전쟁에서 이기는 것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이 매우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앞서 19일 주요 7국(G7) 정상과 긴급 화상회의를 마치고 “G7 정상이 러시아군의 돈바스 공세 개시와 함께 전쟁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지체 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전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2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이들은 키이우 북서부 소도시 보로디안카의 민간인 학살 조사 현장도 둘러봤다. 산체스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벌인 전쟁의 잔학상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우크라이나를 결코 홀로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도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프랑스 국토에 해당되는 면적을 단번에 초토화할 수 있는 신형 ICBM ‘사르마트’의 시험 발사 사실을 공개하며 서방을 압박했다.

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키이우 주변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국제법으로 금지된 집속탄(클러스터탄)을 사용해 수백명이 사망했다는 증거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차량과 건물 잔해에서 집속탄으로 인해 발생한 구멍들이 발견됐고, 발굴한 민간인 시신에서도 집속탄 파편이 나왔다는 것이다. 또 미국 뉴욕타임스는 “마리우폴 인근 만후쉬 마을에서 러시아군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200여 곳의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며 “러시아군이 민간인 학살을 숨기려 만든 무덤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만후쉬 매장지에 최대 9000명의 시신이 묻혔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전날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제외한 마리우폴 전 지역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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