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독일 엠리히하임의 오래된 유전에서 원유를 추출하고 있다. 11일 유럽연합은 러시아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 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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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에 한 발짝 다가섰다. 또 미국은 최근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늘린 인도에 '탈러시아'를 제안하고, 에너지 수입 다변화를 제안했다. 유럽과 미국의 움직임은 러시아 경제의 핵심이자 가장 강력한 제재 안으로 평가받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을 틀어막으려는 시도다. 이는 우크라이나 부차 등에서 민간인 학살에 관한 보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나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의에서 아일랜드·리투아니아·네덜란드 외무장관은 EU 집행위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단, 이날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사이먼 코브니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EU 집행위는 러시아 석유가 차기 제재 안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조셉 보렐 EU 외교정책 고위 대표도 다수의 장관이 러시아 석유 제재를 지지했다며, "(석유 금수 조처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못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이런 제재가 "조만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회원국은 "비대칭적 충격"에 대해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칭적 충격'이란 러시아 석유·가스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를 발효하게 되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경제도 같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EU 경제 대국 독일의 선택이 관건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로 인해 일부 회원국은 독일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헝가리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러시아 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불가리아도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나라라고 덧붙였다.
지난 8일 EU는 5차 제재를 발표하며 오는 8월부터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를 포함했다. 러시아 에너지를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제재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약 80억 유로(약 10조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EU 집행위는 밝혔다.
앞서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올해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출을 통해 3210억 달러(약 396조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분의 1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올해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400억 달러(약 296조원)에 달할 것으로 국제금융연구소는 관측했다.
그러나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게 되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의 석유 생산과 수출은 감소하고 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원유 생산량이 예상치보다 4분의 1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원유·가스는 러시아 수출액의 절반에 달하며, 지난해 러시아 예산 수입의 약 40%를 차지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 화상으로 진행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에서 인도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것은 인도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미국은 이를 위해 인도의 에너지 수입 다변화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하면서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1600만 배럴의 석유를 수입했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이후 두 달 동안 1300만 배럴을 수입했다. 앞서 외신은 서방의 제제로 러시아산 원유 가격이 하락하자 이 틈을 타 인도가 이익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의 안보협의체)의 일원인 인도는 지난 7일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정지 결의안에 기권하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해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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