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으로 러·중 밀착…EU '전략적 자율성' 주춤
나토, 중국 위협 '전략개념'에 포함…중국도 나토와 대립각
EU·중국 화상 정상회담 |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자 유럽연합(EU)은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면서 중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정책을 펴왔다.
EU와 중국은 인권을 비롯해 대만 문제, 무역 갈등 등 긴장 요인에도 교역을 확대하고 나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까지 모색했다.
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 2020년 EU와 중국의 교역액은 5천860억 유로(약 781조원)로 중국은 EU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EU와 미국의 교역액은 5천550억 유로(약 740조 원)로 이보다 적다.
EU는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을 줄이는 한편,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는 경제적인 관계뿐 아니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중국도 미국의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대만 문제 등 외교적 갈등에 대응하는 세계 전략의 일환으로 유럽을 중시해야 할 필요가 생겨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돌발 변수에 온기가 돌던 EU와 중국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부터 중국은 러시아 편에 서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 동맹에 대립각을 세웠다.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특히 개전 이후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제재에 나서는 데 반해 중국은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것을 물론, 러시아와 협력하면서 제재 효과를 무력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군의 민간인 집단학살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중국은 러시아 측의 '조작' 주장에 동조하면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1일 EU·중국 화상 정상회의에선 경고 메시지가 오가며 갈등이 표출됐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중국 측에 러시아가 전쟁을 수행하거나 서방의 제재를 피하는 것을 지원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이는 유럽에서 중국에 대한 평판 손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의견 불일치와 갈등을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국의 기본 입장이라며 대(對)러시아 제재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EU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 노력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일방적인 외교·안보 정책으로 서방의 안보 축인 이른바 '대서양 동맹'(미국과 유럽의 동맹)이 크게 흔들렸으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럽을 비롯한 전통적 동맹과 관계 복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안보 지형이 격변하면서 대서양 동맹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나토의 동진(東進)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영토적 야심을 드러낸 러시아에 대해 미국, EU, 나토 등 서방 진영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결속력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스럽게 유럽이 중국과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자체 방위력을 증강하는 등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제한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상당 기간 미국의 유럽에 대한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방과 러시아·중국 진영 간 대결 양상이 나타나면서 유럽 안보에 대한 중국의 위협도 부각되고 있다.
나토는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 안보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을 정식 의제로 채택하기로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중국이 러시아와 점점 긴밀하게 협력한다면서 중국의 위협을 나토의 안보 환경 평가와 전략·대응 방법 등을 담은 '전략 개념' 문서에 처음으로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유럽의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토에 대한 중국의 태도도 최근 공공연히 적대적이다.
EU 주재 중국 대표부는 지난달 17일 성명에서 1999년 나토군이 유고를 공습하는 과정에서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을 폭격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국제법 유린자는 피해자에게 정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 나토는 냉전의 산물이자 세계 최대 군사동맹으로, 영역을 지속해서 확장하면서 세계평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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