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후보 또 갈라지나
수도권 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 협의회(교추협)는 지난달 30일 조전혁 전 의원을 서울 중도·보수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전혁 후보가 여론조사(60%)와 선출인단 투표(40%)를 합산한 결과 종합 점수 42.93%를 얻어 1위를 했다는 것이다. 교추협은 이돈희 전 교육부장관, 이경균 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 사무총장 등과 공교육정상화네트워크 등이 주도한 조직이다. 조전혁 후보는 18대 국회의원, 인천대·명지대 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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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분열로 패배 벌써 몇 번째?
하지만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원래 교추협 단일화에는 박선영 전 의원, 조영달 서울대 사대 교수, 조전혁 후보, 이대영 전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최명복 전 서울시 교육위원이 참여했다. 그런데 조영달 후보는 지난달 18일 선출인단 모집 방식 등에 이의를 제기하며 “교추협이 공정성·신뢰성을 잃어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조 후보는 별도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 후보는 2018년에도 비슷한 이유로 보수 단일화에서 이탈해 독자 출마했다.
박선영 후보도 교추협 발표 전날인 지난달 29일 후보에서 사퇴했다. 박 후보는 “선출인단 등록에 서울에 살지 않는 타지방 사람이 대거 유입됐고 대리 투표 위험성도 커졌는데, 불법성 제거 노력 없이 선출인단 투표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 유력 후보가 비슷한 목소리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두 번째 독자 출마를 강행하려는 조영달 후보에 대한 비판과는 별도로, 이 단체의 운영 미숙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게다가 다른 보수 성향 교육 단체인 ‘서울 교육 리디자인 본부’가 8·9일 교육감 후보 공모를 거쳐 면접·토론 방식으로 후보자를 선정한 다음 11일 발표할 예정이다. 조영달 후보가 여기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어떻든 보수 진영에서는 서울교육감 후보가 두 명 이상 출마할 가능성이 커졌다.
진보 진영에서는 조희연 현 서울시교육감이 3선에 도전할 예정이다. 최보선 전 서울시의원이 예비 후보로 등록했고,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추대 기구를 구성해 단일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례로 보아 단일화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보수 진영은 이번에도 지난 2018년 서울교육감 선거 상황을 재연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2018년 선거에서는 보수 진영에서 박선영·조영달 후보가 출마해 박 후보 36.2%, 조 후보가 17.3%를 득표했지만 46.6%를 얻은 진보 단일 후보인 조희연 서울교육감에게 패배했다. 2014년 선거에서도 조희연 교육감은 39.1%를 얻었지만 보수 진영 표가 문용린 후보(30.7%), 고승덕 후보(24.3%)로 갈려 어부지리로 승리했다. 두 번 모두 보수 표를 합치면 이길 수 있었지만 분열로 패배한 것이다. 서울만 아니라 충남·세종·제주 등에서도 보수 후보가 여러 명 나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8년 선거에선 교육감 17명 가운데 14명이 친(親)전교조 등 진보 진영이었다. 좌파 진영은 전교조 등을 구심점으로 적극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이룬 데 비해, 보수 진영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후보가 많은 데다 무리 없이 단일화를 추진할 조직과 노하우가 아직도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력 경시로 사교육비만 증가
결국 보수 분열에 따른 여파로 학생들만 피해를 보았다는 지적이 많다. 자사고 폐지 시도에 따른 혼란이 대표적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2019년 자사고 8곳의 자격을 무더기로 박탈했다. 이 자사고들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결과는 교육청의 ‘8전 8패’였다.
친전교조 교육감 체제의 교육 현장에서 학력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학생들 학력 수준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공부 잘하는 그룹과 못하는 그룹의 학습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예를 들어,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은 중학교 수학이 2017년 7.1%에서 2020년 13.4%로, 고등학교 영어는 같은 기간 4.1%에서 8.6%로 2배가 됐다.
학교 교육을 불신한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한국의 사회 지표’를 보면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6만7000원으로, 2020년 30만2000원보다 21.5% 증가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이재명 후보 득표율 격차는 0.7%포인트에 불과했다. 서울에선 윤석열 후보가 50.6%였지만 이재명 후보 45.7%, 심상정 후보 2.8%를 합치면 48.5%로 2.1%포인트 차밖에 나지 않았다. 진영 간 유권자 세력 분포가 엇비슷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진영 단일화 여부가 당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교총 김동석 교권본부장은 “서울교육감 선거는 단일화 안 하면 무조건 지고 단일화해도 현직 프리미엄 때문에 이기기 쉽지 않은 선거”라며 “그럼에도 보수 후보들이 자기 중심적 사고를 하며 분열하는 것은 필패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名·기호 없어 깜깜이 선거… 尹당선인 “市道지사와 러닝메이트 바람직”
교육감 직선제는 2007년 도입한 제도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 교육감 선거는 ‘깜깜이 선거’로 불리는 데다 비리 교육감을 양산한다며 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감 선거는 지방선거에 함께 치른다. 그런데 지방선거 때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7~8개씩 받다 보니 교육감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장에 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교육 문제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이 많다. 지방선거와 별도로 치른 2008년 첫 서울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15.4%에 불과했다. 더구나 교육감 선거는 정당명(名)과 기호도 없어서 ‘깜깜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2018년 인천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박융수 서울대 사무국장은 “지방선거에 얹혀서 치르다 보니 교육감 선거에는 정말 아무도 관심이 없다”며 “차라리 교육자치를 폐지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교육감 선거는 시·도지사 선거와 지역과 유권자 수가 같다. 그래서 선거비용도 같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경우 34억3100만원까지 쓸 수 있고 전국 평균이 14억3300만원이다. 이런 막대한 선거자금을 정당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비리가 생길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육감 선출 방식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제, 간선제, 임명제 가운데 하나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도 지난 2월 교육 공약을 발표하면서 교육감 직선제를 개선하겠다며 “광역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 개념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굳이 직선제를 고집하려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허울에 얽매이지 말고 차라리 정당이 책임 있게 공천하게 하자는 주장도 적지 않다.
교육감 선거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말고 교육계 종사자, 학부모, 학생들로 한정하자는 의견도 상당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지금보다는 나을 거라는 얘기다.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교육감 선출 방식 개선에 대한 논의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민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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