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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깜짝실적에 못 웃는 정유사…유가급락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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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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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 4사가 1분기에 '깜짝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지만 거꾸로 정유업계에선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정유사의 재고 관련 이익과 정제마진은 커지고 있지만, 전쟁이 끝나면 유가가 지금의 반 토막(배럴당 50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급등락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 경영이 가동되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가 OSP(Official Selling Price·공식 판매가)를 사상 최대 폭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유가 변동성 탓에 정유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초반 이 같은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2020년 1월 배럴당 64달러였던 두바이유가 3월 말 25달러로 급락하면서 국내 정유사는 1분기에만 재고 손실이 1조원을 넘었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 시 재고 관련 이익이 발생하지만, 반대의 경우 손실이 발생하므로 올 1분기 이익은 회계상 실적에 불과할 뿐"이라며 "현재 정제마진 강세는 2분기 실적에 반영될 텐데, 이미 원유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상황이라 래깅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가 OSP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OSP란 원유에 붙이는 프리미엄(또는 디스카운트)을 가리킨다. 최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는 5월 아시아 판매분에 대해 OSP를 사상 최대 수준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달 OSP는 배럴당 4.95달러로 이미 사상 최대였는데, 다음달엔 최대 1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제마진이 15달러 초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OSP를 10달러로 인상하면 정제마진이 5달러로 감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국내 휘발유 가격은 오히려 10년 전보다 저렴한 상황으로 분석됐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오피넷)에 따르면 올해 2월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1714.61원으로, 2012년 2월 1986.54원보다 271.93원 싸다. 오피넷은 정유사 실제 판매 가격을 익월 말에 월간 평균으로 공개한다.

전 세계적인 고유가 상황에서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함께 국내 정유업계의 경쟁력 덕분으로 풀이된다. 이날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을 책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류세, 국제 원유 가격과 함께 정유사 경쟁력이 꼽힌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10년 사이 물류비·인건비 등이 급등했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국내 정유사가 투자를 이어간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휘발유 가격 안정화 요인으로 △정유사 단위 공장당 높은 정제능력(일평균 52만배럴) △저부가가치 중질유를 고부가가치 경질유로 전환하는 고도화 시설 △항구를 끼고 있는 정유공장 입지 등을 꼽는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유업은 여전히 에너지 안보와 직결됐다"며 "코로나19와 러시아 전쟁이 이어지면서 에너지 수급과 수익성 전반의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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