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첫날, 카페 대부분 규제 안 지켜
자영업자 인건비·업무 부담 가중
다회용기 꺼리는 손님과 실랑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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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컵 규제로 실랑이 하느라 놓친 손님이 여럿입니다. 가뜩이나 손님이 없어 힘든데, 그나마 있던 손님도 떨어져 나갈 판이에요.”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 소규모 카페에서 만난 사장 김모씨(32·남)의 말이다. 김씨는 이날부터 카페와 식당 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면서 일이 배로 늘었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그는 “손님이 올 때마다 일일이 일회용컵 사용 규제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혼자서 할 일이 너무 많아 화장실도 못 갈 지경”이라며 “오늘처럼 단체손님이 오거나 점심시간 때 사람이 몰리면 정신이 혼미해진다”고 털어놨다.
인근에 위치한 카페 상황도 비슷했다. 또 다른 개인 카페 사장 이모씨(35·여)는 “가게 손님 대부분이 직장인이라, 점심시간에 10~15분 앉아있다 이동하는데 일회용컵 사용이 안 된다고 하니 손님들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환경보호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모든 부담을 자영업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전국 카페·음식점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업주들은 환경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코로나19로 장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다회용기 구입, 관리 인력 투입 등 부담만 가중됐다고 호소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카페·식당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에서는 다회용품을 사용해야 한다. 이번 규제는 일회용 컵과 접시·용기, 포크·수저·나이프 등 일회용 식기, 일회용 나무젓가락 및 이쑤시개, 일회용 비닐 식탁보 등 18개 품목에 적용된다. 카페 내에서 음료를 마시려면 플라스틱 컵이 아닌 머그잔을 이용해야 한다. 다만 환경부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과태료 부과 등 단속 대신 지도와 안내 중심의 계도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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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기자가 방문한 영등포구 지역 카페 5곳 중 3곳은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규제된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도 지키지 않았다. 일회용컵 사용 가능 여부를 묻는 기자에게 되레 “코로나19로 일시적으로 허용한 상태라 안심해도 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매장 내부에도 일회용컵에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등포동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54·남)는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한다고는 들었지만, 기준도 모호하고 당장 과태료가 부과되는 게 아니라 손님들에게 따로 안내하고 있지 않다”며 “코로나19를 이유로 시행을 중단하더니, 확진자가 20만명이 넘는 현 상황에서 시행을 재개하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페를 방문한 시민들도 대부분 일회용품 사용 금지에 부정적이었다. 직장인 이유진씨(29·여)는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는 상황이라, 매장 내 머그잔을 이용하기가 불안하다”고 전했다. 직장인 조예니씨(33·여)도 “점심시간에 잠깐 마시다 회사로 들어가는데, 머그잔에 마시다 다시 일회용 컵으로 변경하는 게 너무 번거롭고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업주들도 환경보호 취지는 분명히 공감한다. 이번 규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책임과 비용을 업주에게만 부과한 것”이라며 “제대로 된 시행을 위해 정부가 일회용컵 사용 제한으로 추가되는 비용을 지급하거나 고가의 친환경 생분해 컵이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나경 기자 nak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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