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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글로벌 반도체주 들썩이는데… ‘6만전자’에 발목 잡힌 동학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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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에 힘입어 글로벌 반도체주가 상승폭을 키우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005930) 홀로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6만전자’에 갇힌 삼성전자를 거듭 사들이고 있지만, 주가는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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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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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00원(0.43%) 하락한 6만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7만8000원대에서 거래됐던 삼성전자는 점차 낙폭을 키우더니 지난달에는 6만원 후반대와 7만원 초반대에서 오르내리길 반복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11% 넘게 하락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주가 조금씩 반등하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24일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마이크론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들 주가는 나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통상 반도체주 주가는 제품 가격 등 업황 전망에 따라 오르내리는 경향이 있다.

엔비디아는 3월 한 달 동안 16.2% 올랐고, 브로드컴은 10.5% 뛰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인텔은 각각 7.9%, 5.9% 상승했다. AMD와 퀄컴은 각각 3.9%, 6.6% 하락했지만 낙폭 자체는 줄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구성하는 이들 종목은 연초부터 나란히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삼성전자 주가가 대조적으로 움직이는 기본적인 이유는 수급이다. 개인은 반등을 노리고 연일 6만원대 삼성전자를 쓸어담고 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도로 대응하며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개인은 지난달 삼성전자 주식을 약 3조8226억원 넘게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6356억원, 2조2509억원 순매도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3월 중에 3조6000억원대 코스피200 주식 현물을 매도했다”며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 위험자산 비중을 전략적으로 줄여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때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삼성전자와 같은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심으로 나타난다.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 자금은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지수에서 구성 비중이 높은 대형주에 순매수, 순매도가 집중되곤 한다.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삼성전자 수급에도 악재가 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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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경기 수원 삼성전자 본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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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는 새로 출시한 갤럭시22의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사태, 신규 사업인 파운드리 부문 경쟁력에 대한 우려 역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재가 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삼성그룹 오너일가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 등 지분을 대거 처분하는 상황까지 맞물렸다.

삼성전자가 홍역을 앓고 있는 GOS는 스마트폰에서 고성능 게임 등을 실행할 때 반도체 과열을 막기 위해 화면 해상도 등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기능이다. 삼성전자 소비자들은 사측이 GOS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고, 스마트폰 성능에 대해 허위 및 과장 광고를 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비우호적인 매크로 환경에 내부적인 악재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8만원은 커녕 7만원대 안착하는 것도 불안해졌다”며 “지금처럼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 6만원 중반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주가가 이미 악재를 모두 반영했고, 2분기부터는 좋은 업황과 실적에 힘입어 반등에 나설 수 있다는 낙관론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보수적으로 업황을 내다보더라도 지금 주가는 과도하게 많이 빠진 상태인 만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투자하기 좋은 시점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와 스마트폰 사업 관련 투자자들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중대한 이슈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중장기 전략이 중요해 보인다”며 “부정적인 이슈를 타개할 모멘텀이 형성되면 2분기부터 실적 턴어라운드와 더불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들 관심도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비메모리와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감이 단기적으로 낮아진 건 아쉽지만 파운드리 시장의 구조적인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메모리 상승 사이클에 대한 전망을 주가에 반영할 차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슈가 해소되면 삼성전자 주가도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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