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바이든 “비축유 1억8천만배럴 방출”…고유가 지속에 특단 조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역대 최대…과거 방출 사례 몇배 규모

“동맹·파트너들도 방출에 동참할 것”

“푸틴의 가격 인상”…미 업체들 비난도

“푸틴 보좌진 면직·가택연금 징후도”


한겨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1일 전략비축유 대량 방출 등 유가 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고유가 대응을 위해 전략비축유 1억8천만배럴을 방출한다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석유시장 개입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각) 비축유를 5월부터 하루 100만배럴씩 6개월간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총 방출량 1억8천만배럴은 이틀치 세계 석유 수요에 해당한다. 지난해 11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6200만배럴을 방출했지만 휘발유 가격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자 특단의 조처를 발표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은 중요한 시기로, 세계는 위험에 빠졌고 미국인들은 주유소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며 “휘발유 가격을 낮추려면 바로 지금 석유를 더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정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논의 뒤에 나온 것으로, 다른 국가들도 비축유 3천만~5천만배럴을 방출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석유 수입국들의 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은 3월1일에도 미국과 보조를 맞춰 6천만배럴을 방출하기로 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고유가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푸틴의 가격 인상”이라고 했다.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시장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은 3월8일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전면 금수에 착수했다.

이번 발표는 우크라이나 전쟁 대처로 상승하는 듯하던 바이든 대통령의 업무 수행 지지도가 다시 최저로 떨어진 가운데 나왔다. 최근 <엔비시>(NBC) 방송 조사에서 그의 업무 수행 지지도는 취임 이래 가장 낮은 40%였다. 여기에는 고유가 등 인플레이션이 한 요인이 되고 있다. 1년 전 갤런(약 3.79ℓ)당 2.87달러였던 보통휘발유 평균가는 4.22달러까지 뛰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뒤 미국 석유시장 원유 가격은 7%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휘발유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불확실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휘발유 값을 얼마나 떨어뜨릴 수 있을 것 같냐는 기자들 질문에 “갤런당 10센트에서 35센트 정도가 아닐까 한다”면서도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국심이 필요한 시기”라며 미국 석유업체들에게 증산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일부 업체들을 겨냥해 “푸틴의 가격 인상은 많은 이윤을 뜻하기 때문에 그들은 공급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며 “심지어 한 최고경영자는 배럴당 200달러로 가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연방정부 소유지에서 채굴권을 얻고도 사업에 나서지 않는 업체들에 벌금을 물리는 법안을 의회가 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대한 추가 증산 요구가 먹히지 않자 나온 고육책이기도 하다. 1억8천만배럴을 방출하면 미국의 비축유 재고는 4억배럴로 1984년 이래 최저로 떨어진다. 오펙은 이날도 러시아 등과 합의한 하루 43만2천배럴 증산 목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전쟁 때 입법화된 국가안보동원법을 발동해 전기차 배터리용 금속 증산과 클린에너지 기술을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망간 등이 대상으로,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품귀와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원자재들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 수뇌부와 보좌진한테 정확한 보고를 받지 못하고 오도당해왔다는 전날 백악관 발표와 관련한 질문에 “그는 스스로 고립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가 보좌진 일부를 면직시키거나 가택연금에 처했다는 징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곧 “구체적 증거가 없으니까 그런 것들에 너무 무게를 두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항상 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 신청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