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아이고" 시름 깊은 수출기업들

전경련, 수출 제조기업 102개사 설문
기업 3곳 중 1곳 “자금사정 악화”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수출 제조기업 3곳 중 1곳의 자금 사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 탓에 전년 대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1,000대 기업 중 제조업 분야 수출 기업 102개사를 대상으로 자금사정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설문에서 수출 제조기업 3곳 중 1곳(31.4%)은 현재 기업의 자금 사정이 작년 동기 대비 악화됐다고 응답했고, 54.9%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자금 사정이 나아졌다고 응답한 기업은 13.7%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자금사정 악화 원인으로는 매출부진 또는 외상매출 증가(39.6%), 재료비·인건비 등 영업비용 증가(37.5%), 채무상환 및 이자부담 증가(9.4%) 등이 지목됐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자와 원가 부담까지 늘어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자금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각각 전체 응답기업의 80.3%와 84.3%를 차지해 대다수의 기업이 이자와 원가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금리 상승으로 올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이 전년 대비 평균 8.3%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자 비용이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기업도 33.4%에 달했다. 환율 상승이 기업 자금 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도 64.7%를 차지했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환율 상승으로 인한 매출(수출) 증대 효과보다도 수입 원자재 및 외화 표시 부채 이자 부담 증가 등 부정적인 효과를 더 크게 체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사에 응한 기업들은 안정적인 자금 관리와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보는 정책을 묻는 질문에 금리 인상 속도조절(32.4%)을 꼽았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원자재 수급과 환율 안정 등 리스크 대응에 주력하는 한편, 정책 금융지원을 확대해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