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마음 감히 헤아릴 수 없어" 위로 전해
내 딸이 사준 신발을 신고 왔어요. 큰 딸이 없으니까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에요. 10년 넘게 아침마다 인사해줬는데 그게 끝나니까 삶이 삶이 아니에요.
김병찬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A씨의 모친
스토킹으로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피의자 김병찬.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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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가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병찬의 피해자 유족이 법정에서 재판부에 사형 선고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유족의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다"며 위로했다.
피해자 A씨의 아버지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정진아) 심리로 열린 김씨의 2차 공판에서 준비한 호소문을 꺼내들고 "(김병찬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매일 생각하며 준비한 도구가 고작 이 종이 조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장이 사형을 선고한다고 해도 (집행이 안 된다면) 목숨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단지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해자 부모를 양형 증인으로 불러 발언 기회를 부여했다.
A씨 아버지는 "가정이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며 "우리도 저 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한 거나 마찬가지고 숨만 쉬고 있을 뿐 산 목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으로부터 용서를 구한다는 취지의 연락도 전혀 온 적이 없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하면 (김병찬이) 어떻게든 가석방으로 풀려날 생각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버지에 이어 증인석에 앉은 A씨의 어머니 역시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만 가슴에도 묻히지 않는다"며 "가정 파괴범 김병찬의 사형을 간절히 바란다"고 눈물을 흘렸다. 피해자의 여동생과 친척도 이날 방청석에서 고개를 떨군 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수의를 입고 피고인 석에 앉아 있던 김병찬은 유족들의 증언 내내 눈을 감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병찬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경찰 신변 보호를 받던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그에게 보복 살인 혐의를 적용했지만 김병찬은 첫 공판에서 우발적 범행일 뿐 보복 살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음 공판은 내달 11일 열린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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