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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금융 고립 러시아 '비트코인' 결제 추진에 암호화폐도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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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러시아가 석유·가스 수출 대금을 받을 때 달러 대신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암호화폐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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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제재로 손발이 묶인 러시아가 타개책 마련에 몸부림치고 있다.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만 받기로 한 데 이어, 석유·가스 대금의 비트코인 결제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덩달아 암호화폐 가격도 출렁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 CNBC에 따르면 파벨 자발니 러시아 에너지위원회 의장은 전날 비디오로 녹화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오래전부터 중국에 루블화와 위안화로 결제 통화를 바꿀 것을 제안해왔다”며 “비트코인 거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국제은행간통신협의회(SWIFT)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면서 달러 결제의 길이 막힌 러시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3일 비우호적 국가에 천연가스 대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만 받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금까지 유럽은 러시아에서 가스를 사들일 때 주로 유로화로 결제했다.

다만 비트코인이 사면초가에 빠진 러시아를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CNBC는 “채굴 등의 한계로 인해 비트코인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간 거래와 같은 대규모의 국제 무역 거래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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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사회 제재 일환으로 국제결제시스템(SWIFT)에서 퇴출당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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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고립에 처한 러시아가 비트코인 결제까지 대안으로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암호화폐 시장은 출렁였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5일 오후 2시 1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2.77% 오른 4만404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도 24시간 전보다 3.81% 올랐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게 시장의 전망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러시아가 비트코인으로 우회로를 찾으면 미국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 규제에 나설 수 있는 만큼 가격 하락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중장기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제도권 편입을 모색하면 호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 고립 속 한 달 만에 다시 문을 연 러시아 증시는 급등했다. 지수 구성 50개 종목 중 33개의 거래만 허용한 가운데 러시아 모엑스(MOEX) 지수는 24일 전 거래일보다 4.37% 상승한 2578.51로 장을 마쳤다. 에너지기업인 가즈프롬(13%)와 루콜리(12%)의 주가는 뛰었다. 은행은 혼조세였다. VTB은행은 5.5% 하락했지만 스베르방크는 3.9% 올랐다.

러시아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 이후 루블화 가치와 주가지수가 폭락하자 25일 바로 증시를 폐장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 증시는 33% 폭락했다. 낙폭으로는 세계 증시 역사상 다섯 번째로 컸다.

한 달 만에 문을 연 러시아 증시가 오름세를 보인 것은 자금 이탈의 퇴로를 막은 정부 규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주가 하락 압력을 키우는 공매도를 금지했다. 대규모 자금 이탈 방지를 위해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도 막았다. 그동안 러시아 주식 거래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외국인의 매도를 금지하면서 루블화 가치도 방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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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 달만에 다시 문을 연 러시아 증시는 급등 마감했다. 24일 러시아 증시를 대표하는 모엑스(MOEX)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7% 상승한 2578.51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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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외국인 투자자에 숏커버링은 허용했다. 숏커버링은 주식시장에서 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사는 환매수로 주가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밖에 러시아 국부펀드는 정부 지시에 따라 주식 100억 달러어치를 사들이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증시의 제한적인 재개장에 대해 "러시아 경제를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도 러시아 금융이 건재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러시아 증시는 현실을 반영하는 시장도, 지속 가능한 상태도 아니다”라며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러시아의 고립된 상황만을 반영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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