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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비료값’ 전 세계 식량난 현실화… EU, 우크라 농민 긴급지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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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3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인근 나다르진의 한 전시장에 마련된 난민 센터에서 우크라이나 여성이 침대에 앉아 있다. 유엔은 약 350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인접 국가로 탈출했다고 밝혔다. 바르샤바=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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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적인 식량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각국이 식량 수출을 제한하는 가운데 비룟값도 급등해 전 세계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연합(EU)은 식량난에 대비하기 위해 ‘유럽의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농민 지원에 나섰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이어지며 비룟값이 치솟고 있다. 러시아는 전 세계 비료 공급량의 약 15%를 책임져 온 세계 최대 비료 수출국이다. 영국의 원자재 컨설팅기업 CRU는 비료 시장을 구성하는 암모니아, 질소, 질산염, 인산염, 칼륨, 황산염 가격이 연초 이후 30% 상승했다고 전날 밝혔다. 2008년 글로벌 식량 위기 당시보다도 높은 가격이다.

전 세계 농가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수입 비료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에서는 농부들이 옥수수 경작량을 줄이고, 비료를 덜 사용하며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 농부들은 가축 배설물 등을 이용해 직접 비료를 만들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주요 농업국가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전체적인 곡물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세계일보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피란민 가족이 루마니아 접경 포루브네 국경검문소 통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체르니우치[우크라이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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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 공급난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식량난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주요 곡물 수출국이다. 양국의 전 세계 밀과 옥수수 수출량을 합치면 각각 29%, 20%에 달한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전 세계 곡물 공급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각국에서 속속 자국 곡물 수출을 제한하는 등 ‘식량 보호주의’가 확산하는 추세다. 중동, 북아프리카 식량 빈국들이 당장 생존의 위협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EU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날 우크라이나 농민을 대상으로 3억3000만 유로(약 4400억원) 규모의 긴급 지원안을 발의했다. 우크라이나는 통상 자국 농작물의 80%를 수출하지만, 현재는 국내 수요 충족을 위해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EU는 우크라이나에 수출을 제한하지 말라고 촉구하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농작물을 수출하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전쟁통에 농민들도 파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U 집행위는 회원국 농축산업자에게 5억 유로(약 6700억원)를 나눠주고, 생물 다양성 증진을 위해 경작을 금지한 토지를 한시적으로 농민들에게 내주는 방안 등도 추진한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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