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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드론 공격 막아달라” 호소했지만…세계 시장 독점 中 DJI “불가능”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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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DJI 드론. /D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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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침공에 맞서 결사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가 중국 드론 제조사 DJI에 러시아군의 드론 비행과 드론 탐지 시스템 사용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했다. DJI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DJI는 세계 드론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회사다. 전 세계 개인용 드론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이다. DJI는 러시아 사업을 중단 하라는 우크라이나 요청엔 침묵했다. 애플·비자·마스터카드 등 서방 기업들이 전쟁을 규탄하며 러시아 사업 운영을 중단·조정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이달 16일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트위터에 “전쟁 21일째, 러시아군은 벌써 우크라이나 어린이 100명을 죽였다. 그들은 미사일 조준에 DJI 제품을 쓴다. DJI, 당신들은 이 살인의 파트너가 되길 원하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인 사살을 돕는 당신네 제품을 차단하라!”고 쓴 글을 올렸다.

페도로프 부총리는 이 글과 함께 DJI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프랭크 왕(왕타오)에게 쓴 편지를 올렸다. 그는 편지에서 △우크라이나 사용자를 위해 DJI 에어로스코프(AeroScope) 기능을 켜고 △우크라이나에서 작동 중인 DJI 제품 중 우크라이나가 아닌 곳에서 구입·활성화된 모든 제품을 차단하고 △러시아·시리아·레바논에서 구입·활성화된 모든 DJI 제품을 차단해줄 것 등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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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3월 16일 중국 드론 제조사 DJI에 러시아군의 DJI 드론 사용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핵심은 드론 탐지 시스템인 에어로스코프다. 드론과 이 드론을 조종하는 사용자의 위치를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드론에서 나오는 전자 신호를 추적해 위치를 확인하는 기술이다. 공항·교도소·공공기관·발전소 등을 대상으로 한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다.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확보한 DJI 에어로스코프 확장 버전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드론을 공격한다는 게 페도로프 부총리의 주장이다. 그는 확장 버전의 가용 범위가 최장 50km라고 했다.

DJI는 다음 날 트위터를 통해 페도로프 부총리 요청에 답변을 내놨다. DJI는 우크라이나도 에어로스코프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엔 “에어로스코프의 기능은 끌 수 없으며, DJI는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식으로든 에어로스코프 시스템 기능을 바꾼 적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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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I 매빅2 드론. /D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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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작동 중인 DJI 제품 수와 신원, 위치를 알려달라는 요청엔 “사용자가 제공하지 않는 한, DJI는 사용자 정보와 비행 데이터를 얻을 수 없다”며 “사용자 위치를 확인할 능력이 없고, 따라서 요청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 중인 드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단 얘기다.

DJI는 우크라이나에 지오펜스(geofence)를 설치해줄 수는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오펜스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설정하는 가상의 비행 제한 구역이다. 이 구역 안에선 DJI 드론이 날 수 없다. 다만 모든 드론에 적용되기 때문에 러시아가 조종하는 드론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측 드론도 지오펜스 안에서 비행을 할 수 없게 된다. DJI는 드론과 인터넷 연결이 끊기면 지오펜스 구역이 업데이트(갱신)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DJI는 “러시아 공격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러시아와의 모든 관계를 끝내고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라”는 요청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비자·마스터카드는 러시아 신용카드 서비스를 중단했고, 구글·애플은 결제 서비스를 멈췄고, 오라클·삼성·델·지멘스 등은 러시아 내 모든 사업을 중단했다는 게 페도로프 부총리의 설명이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kn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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