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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고물가 잡으려다 경기침체 부른 연준의 ‘흑역사’…이번에도 답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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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이후 총 7번의 금리 인상 시기

고물가 대응 두 번 모두 부작용 나타나

물가잡기로 금리 인상 폭 다른 때의 2.4배

“이번에도 실패 우려…우리 경제 충격 대비를”


한겨레

16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에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 화면에 비치고 있다. 연준은 이날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것으로 본격적인 금리 인상의 시작을 알렸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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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 16일(현지시각) 제로금리에서 탈출하면서 ‘긴축 시대’에 돌입했다. 거침없이 밀려드는 인플레이션과의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연준은 이 싸움에서 승전보를 울릴 수 있을 것인가. 고물가와 싸워 온 연준의 역사를 보면 전망이 밝지 않다. 물가를 잡기 위해 치른 희생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과거 연준이 고물가에 맞서 전면전을 펼친 시기는 1979∼1981년과 2004∼2006년이 대표적이다. 이 시기 연준은 다른 긴축 시기에 견줘 금리를 약 2배 이상 올리면서 경기와 물가 사이 균형을 잃는 실수를 보였다. 연준의 이번 긴축 과정에서 경계감을 높여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대외 여건에 취약한 우리나라는 하루빨리 한국은행 총재 등 차기 정권 경제팀 인사를 마무리한 후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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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제금융센터의 ‘미국의 통화긴축 사이클 비교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1979년 이후 연준의 7번 금리 인상 행보 중 경제 충격이 컸던 시기는 1979~1981년과 2004~2006년 등 두 차례다. 두 번 모두 고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시기였던 1979년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10%를 넘었다. 2004년에도 연준은 물가 상승률이 3%대를 넘어서자 고물가 대응으로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첫 번째 시기에 연준은 기준금리를 무려 9.37%포인트 올렸고, 두 번째 시기에도 4.25%포인트 인상했다. 평균 인상 폭은 6.8%포인트다. 이는 자산 시장 과열에 대응하거나 경기 회복세에 맞춰 정책 정상화를 위해 단행한 나머지 5차례 금리 인상 시기의 평균(2.8%포인트)보다 2.4배 높은 수준이다.

고물가에 맞서느라 금리 인상 폭이 크다 보니 경제 충격은 상당했다. 이 과정에서 연준은 물가와 경기 사이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연준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던 1980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0.3%로 떨어졌다. 금리 인상 종료 이후인 1981년 경제성장률은 2.3%로 반등했지만 1982년 다시 -2.1%로 추락했다. 2004~2006년에는 경기 악화 경험을 의식해 1979~1981년보다는 금리 인상 폭을 낮게 가져갔는데, 긴축 강도가 약하다 보니 부동산 시장 버블을 놓쳐 금융위기의 부메랑을 맞았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에서 “미국 연준의 이중책무(완전고용, 물가안정)를 고려하면 과거 통화 긴축 사이클은 이번 금리 인상의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연준이 고물가에 따른 통화 긴축 후 연착륙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향후 위기 발생에 대해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실제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 행보도 과거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준은 최근 물가 상승률이 7.9%까지 치솟자 올해에만 7번 금리 인상(약 1.75%포인트)을 예고한 상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경제주평’에서 “물가 위험이 큰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에는 경기 후퇴가 있었다”며 “이번 금리 인상기도 연착륙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연준의 긴축 행보는 한국 경제에도 위협이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투자 자금이 안전 자산인 달러와 미국 시장으로 몰리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외국인 자금은 빠져나가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역시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통화정책의 키를 잡아야 할 차기 한은 총재 인선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후임 한은 총재로 거론되고 있지만, 당장 이주열 총재의 이달 31일 임기 종료 및 후임자 인사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수장 공백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미국이 올해 2월 종료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를 고려해 일찌감치 작년 연말 연임을 확정하면서 통화정책의 공백이 없도록 조처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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