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20대 대선 패배의 첫 번째 이유로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난 5년간 꾸준히 내로남불ㆍ편 가르기ㆍ독선 등 ‘나쁜 정치’를 하며 국민의 마음을 떠나보냈다”며 이 같은 말을 꺼냈다.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 전임 지도부였던 송영길 전 대표 등이 여러 차례 반성을 했지만, “정작 청와대와 현 정부 인사 등 책임 있는 사람들은 강성 지지층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래서 국민에겐 진정성 있는 사과로 비쳐지지 않았다”고 했다.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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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북 군산 태생으로 회계사, 국민의당 국회의원 출신이다. 자신을 중도 개혁 성향으로 소개하는 채 위원은 지난해 12월 이재명 캠프 공정시장위원장으로 합류하며 새내기 민주당원이 됐다. 대선 기간 제3자 관점을 토대로 중도층이 떠나간 이유를 지적하고 사과와 반성을 촉구했다. 비록 패했지만, 절치부심 중인 민주당이 그를 최고위원 격인 비대위원으로 중용한 이유다. 1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실에서 만난 그는 시종 반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때 각을 세웠던 윤석열 당선인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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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내내 나쁜 정치…文, 반성문 남겨야”
A : 5년 내내 내로남불ㆍ편 가르기ㆍ독선ㆍ독주 등 나쁜 정치를 하며 국민의 마음을 잃었다. 꾸준히 반성과 사과를 해야 했는데, 진정성 있는 모습이 비치지 않았다.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시장과 시민의 욕망을 무시하는 부동산 정책 등을 펴며 국민을 불편하게 했다.
Q :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여러 번 사과 했다.
A : 국민은 진정성 있는 반성을 원한다. 진짜 잘못한 사람들인 청와대나 현 정부 인사들이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했다. 가령 국민을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갈라놨던 조국 사태의 경우에도, 연초 정경심 교수의 대법원 유죄 확정(징역 4년)판결이 사과 계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대선 전 마지막 기회마저 놓쳤다.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입당식을 하는 모습.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직접 참석해 입당원서를 전달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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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남은 임기, 청와대가 사과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보나.
A : 청와대의 반성은 민주당이 6월 지방선거 등에서 민심을 되찾는 데도 중요하지만, 특히 대통령 본인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적어도 퇴임사엔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 ‘저 잘했어요’만 쓸 게 아니라, 편 가르기와 정책 실패 등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국민이 제대로 평가를 해 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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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책임자, 공천 불이익 기준 만들 것”
Q : 어려운 시기 비대위원을 맡은 이유도 반성 때문인가.
A : 지난주 토요일(12일)에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민주당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 역시 ‘국민의당 출신 채이배’가 아닌 지도부 일원으로서 반성과 사과 그리고 대안을 내놓고자 그날 바로 응했다. 5년간 잘못한 내용을 하나씩 조목조목 꺼내서 반성하고 사과하겠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모습. 대선 패배 후 꾸려진 비대위의 첫 회의다. 왼쪽부터 채이배, 배재정, 김태진 위원, 윤호중 비대위원장, 이소영, 조응천 위원, 박성준 비서실장.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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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당장 지방선거에 ‘문 정부에 책임 있는 사람 공천을 막자’는 의견도 있다.
Q : 하지만 비대위가 초반부터 삐걱거려서 동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A : 윤호중이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데, 위원장을 맡는 게 맞냐는 비토 정서가 있다. 그렇게 따지면, 현역 민주당 의원 중에 대선 패배 책임이 없는 사람이 있나. 민주당은 대선 때 약속한 정치개혁을 비롯해 새 정부의 인사청문회 등 준비해야 할 게 많다. 모두가 뒤로 빠질 게 아니라, 지속성 있는 국회 운영도 고려해야 한다.
Q : 이런 상황에 일각에선 이재명 역할론도 제기된다.
A : 경선부터 본선까지 쉼 없이 달려온 사람에게 바로 책임을 맡으라는 건 비상식적인 요구다. 바람직하지 않다. 본인이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의지가 생길 때 자연스럽게 나서면 된다. 2년 뒤 총선에 나서, 국회의원 경험을 하는 건 좋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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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통합 행보 긍정적…독일 같은 대연정 만들면 성공 정부”
Q : 윤석열 당선인 행보는 어떻게 보나.
A : 안철수ㆍ김한길ㆍ김병준 등 합리적 인사에게 중책을 맡기며 통합 행보를 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대선 때 수구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던 윤석열 당선인이 앞으론 기득권 정치 체제를 청산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겼다.
Q : 안철수와는 개인적으로 과거 갈라서지 않았나.
A : 정치인으로서는 그렇다. 하지만 나는 19대 대선 때 안철수 캠프 공약단장으로서 함께 대선 공약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정책적인 면에선 합리적인 모습이 있다는 걸 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역시 안철수와의 단일화에 공을 들였다. 안철수는 중도 개혁적인 정책역량과 다당제 정치에 대한 구상이 있는 사람이다.
2017년 12월 2일 서울 흰물결센터에서 열린 싱크탱크 ‘미래’ 출범식에 참석한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채이배 비대위원. 당시는 각각 국민의당 대표와 현역 의원이었다. 채 위원은 2012년 18대 대선때부터 안철수 위원장을 도왔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한 바른미래당 내에서 안철수-손학규간 계파싸움이 크게 불거지자, 2020년 실망을 표하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을 사임했다. 이후 배 위원은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김관영ㆍ김성식 전 의원과 함께 공공정책전략연구소를 운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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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윤석열 정부가 궁극적으로 통합 정부를 이룰 수 있다고 보나.
A : 지금처럼 민주당 사람 빼 오기 형식으로 인사를 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독일의 ‘신호등(사민당-빨강ㆍ자유민주당-노랑ㆍ녹색당-초록) 연립정부’처럼 진정한 대연정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청와대와 야당의 정책 합의가 1순위로 필요하다. 몇달에 걸쳐 수백 페이지의 연정 협약서를 만들며 디테일을 조율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윤석열 정부가 정말 기득권 양당 체제를 타파할 의지가 있다면, 진영을 뛰어넘는 다양한 인재들이 모여 성공한 정부를 만들 것이다.
김준영기자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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