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 민간인 소유 ‘드론’ 모아 첨단 정찰 무기 활용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대형 화재가 발생한 모습이 무인기(드론)에 장착된 카메라에 잡혔다. 이 영상은 지난 5일 공개됐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민간인들이 보유한 취미용 드론을 활용해 일부 정찰을 하고 있으며, 향후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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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SNS 공지로 기부받아…러시아군 이동과 공격 상황 관측
폭발물 장착도 가능…전문가들 “치명적이진 않아도 전술적 위협”
격하게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가 도심 하늘을 가득 메우고, 지면 근처에선 빨간색 불꽃이 일렁인다. 거대한 화재가 만든 짙은 연기 탓에 화염 코앞의 고층 건물은 형체가 흐려졌다. 불이 난 곳에서 수백m 떨어진 저편에는 주택으로 추정되는 단층 건물들이 잔뜩 모여있다.
이 사진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5일 공개한 이 나라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의 영상이다. 정확한 촬영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시아군의 공격이 본격화한 이달 초 모습을 담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영상은 우크라이나군에 가담한 민간인의 무인기(드론)로 촬영됐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국민 개인 소유의 취미용 드론을 모아 러시아군의 이동과 공격 상황을 관측하는 전술을 꺼내 들었다. 군용이나 상업용 드론보다 덩치가 작고 비행시간도 짧은 취미용 드론은 그동안 경치를 찍거나 원격조종 자체를 즐기기 위한 레저 목적으로 쓰였다. 하지만 전시 상황을 맞은 우크라이나에선 이런 취미용 드론이 전장의 흐름을 바꿀 ‘공중 의용군’으로 떠올랐다.
터키제 군용 드론인 ‘바이락타르 TB2’가 활주로에 서 있다. 이 드론에는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으며,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차량 행렬 등을 공격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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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 모아 달라” 긴급 공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긴급 공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키이우를 방어하기 위해 드론을 내어달라는 대국민 요청이었다. 모집 대상이 되는 드론에 크기와 형태 제한은 없었다. 취미용 드론까지 모두 포함한다는 뜻이었다. 공지의 핵심 의도는 정찰 용도의 카메라를 달고 하늘을 날 수 있는 드론을 최대한 끌어모으려는 것이었다.
이 게시물에는 10여일 동안 100개에 육박하는 댓글이 달렸다. “드론을 바로 내놓겠다” “드론을 내가 직접 조종할 수 있다” “지금 프랑스에 살고 있는데 드론을 배송할 방법이 있느냐” “정확히 어디로 연락해야 드론을 내어줄 수 있느냐”와 같은 뜨거운 반응이 줄을 이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기술전문지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은 우크라이나군에 배속될 이런 취미용 드론의 역할과 관련해 “러시아군 주둔지의 위치와 보급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자신들의 군사력을 어느 시점과 장소에 집중해야 공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이런 드론 부대가 척후병 역할을 맡아 알려줄 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 정찰 넘어 공격 임무 가능성도
군사 전문가들은 전쟁의 흐름이 긴박해지면 우크라이나군이 취미용 드론을 정찰뿐만 아니라 공격 임무에도 대거 사용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취미용 드론에 폭발물을 장착한 뒤 멀리 날려보내 러시아군을 적극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 일부 전장에선 이미 취미용 드론이 박격포탄을 매달고 공격에 나선 사례도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미 터키제 군용 드론인 ‘바이락타르 TB2’를 보유하고 있긴 하다. 바이락타르 TB2는 길이가 6.5m, 날개폭이 12m에 이르는 거대한 덩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군용 드론이기 때문에 미사일 4발을 탑재할 수 있다. 취미용 드론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화력과 정밀 공격 능력을 갖춘 것이다. 하지만 취미용 드론을 이용한 폭발물 공격도 군용 드론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취미용 드론이 설사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 못한다고 해도 공격 행위 자체만으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공격을 받은 부대는 일단 대열이 흐트러지고 진격 속도도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드론에 의한 공격 규모가 작고, 목표물에 명중하지 못했더라도 상대 부대는 경계 수준을 올려야 하는 만큼 본래 계획대로 움직이는 일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취미용 드론은 세계 최강 군사력을 갖춘 미군도 경계할 정도다. 케네스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관은 지난 1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하면서 취미용 드론을 겨냥해 “가장 중요한 전술적인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신 국장은 “우크라이나에서 실제로 취미용 드론을 활용한 공격이 많아지면 러시아도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파방해 장비로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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