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전략물자관리원에 국제사회 수출통제 및 제재 대상 주요 국가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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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230원을 넘어선 데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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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상황, 장기화 가능성
국제유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13일 관련 업계에선 유가 급등과 원화 가치 추락이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물론 항공·해운·반도체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으며 세계 각국 역시 이 같은 기조에 동참하고 있다. 이 때문에 JP모건은 유가가 올해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배럴당 200달러까지 전망했다.
실제로 국제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가능성이 대두되며 현재 110달러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어 상승세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석유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으로 하루 약 500만 배럴의 원유를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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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유가 변동에 직격탄
LG화학 여수공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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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원유를 비롯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유가 변동에 따른 타격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특히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유가 변동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 등 정유사들은 유가가 오르면 미리 사둔 원유 가치가 상승해 재고자산 평가 이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며 수요가 위축돼 정제마진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금액이다. 지난달 배럴당 7달러대였던 정제마진은 이달 첫째주 5.7달러를 기록하며 전주보다 1.2달러 떨어졌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돼 정유업종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달 첫째 주 나프타 가격은 t당 1112달러로 전주보다 22.1% 상승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중국 등이 석유화학 설비를 늘리며 공급 과잉 우려가 있는 데다 원재료 가격 부담으로 수익성이 당분간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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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물류비 늘어 부담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항공업계도 고유가에 고환율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유류비는 국내 항공사의 전체 영업비용 중 25% 안팎을 차지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유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배럴당 141.7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6.2% 상승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연료비로 1조8000억원을 썼는데 이는 전년(1조2474억원)보다 44.3% 늘어난 규모다. 이 회사는 연간 3000만 배럴의 항공유를 사용하는데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3000만 달러(약 370억원)가량 손해를 보는 구조다.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기 리스비용과 항공유 가격은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순외화 부채는 약 49억 달러로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490억원의 평가 손실이 발생한다”며 “현금 유동성 측면에서도 약 190억원의 손실이 생긴다”고 전했다.
해운업계도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HMM은 2020년 연료비로 5000억원을 썼지만 지난해엔 유가 상승의 여파로 3분기까지 6814억원을 썼다.
전자·반도체·배터리 업계도 물류비 상승으로 고심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선사들이 러시아 노선을 속속 중단하고 있어 이들 업체의 물류난은 심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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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장기화 우려, 환율 등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고유가·고환율로 인한 여파가 물가에 장기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조성훈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받는 원가 상승 압력으로 인해 제품 가격이 오르게 되고 이 충격은 적어도 1~2년간 시장에 계속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8%에 그치는 등 사상 최대로 낮은 수준”이라며 “외환 보유액을 두 배로 늘리고 현금 비중을 확대하는 등 환율 급등에 대비해야 기업에 미칠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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