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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지지부진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이 항공주로 쏠리고 있다. 대러시아 제재에 거침없이 상승했던 국제 유가가 조정세를 나타내고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등 항공주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11일 항공대장주인 대한항공은 전일 대비 700원(2.51%) 오른 주당 2만8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티웨이항공(8.36%), 제주항공(6.36%), 진에어(4.46%), 아시아나항공(4.42%), 에어부산(3.71%) 등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특히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투자심리가 집중됐다. 대한항공(5.54%), 아시아나(9.25%), 진에어(12.14%), 티웨이(13.69%), 제주항공(14.52%) 등 평균 11%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가 1.48%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크다.
항공주는 한동안 고유가에 대한 부담으로 약세를 나타내 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올해 유가가 175달러에서 2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하는 등 불안정한 유가에 대한 투자시장의 우려가 컸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할 시 항공사는 연 평균 30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면서 항공사들이 줄줄이 실적 하락을 겪을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원유 가격 조정이 이뤄지면서 항공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장중 한때 배럴당 140달러에 바짝 다가섰던 원유값은 이틀 동안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100달러대 초반을 유지하게 됐다. 실제로 서부텍사스유(WTI)는 현지시간 기준 지난 8일 123.70달러에서 10일 106.02달러로 14% 이상 급락했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도 10% 넘게 내려앉았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출입을 막기로 결정하면서 급등했던 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의 증산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빠른 증산을 추진하겠다던 아랍에미리트(UAE)와 달리 OPEC+가 기존 월별 생산 계획을 준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미국이 산유국들과 다시 한 번 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천정부지로 오르던 국제유가가 UAE의 증산 소식에 급락하며 세계 경제에 잠시 숨 돌릴 시간을 줬다"며 서방국가들이 산유국들과 재차 논의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면서 향후 추가 가격 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방국과 러시아 간 영공 진입 금지 조치로 국내 항공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러시아가 영공 통과를 제한한 국가는 총 36개국이다. 유럽 항공사들의 한국·일본·중국·홍콩 등 동아시아 운항 서비스가 막히면, 공급 부족 현상이 운임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물류 대란에 대응해 항공주, 해운주 등의 비중을 확대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항공주 가운데에서는 대한항공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올해 들어 발간된 대한항공의 기업분석보고서는 총 21개다. 지난해 하반기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했던 증권사들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도 목표가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이 4만3500원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한국투자증권이 3만6000원으로 가장 낮은 가격을 적어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유럽 간의 상호 제재 조치에 따른 영향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유럽 항공사들은 동아시아로의 운항을 중단하거나, 운항을 하더라도 항로 변경에 따른 연료비 증가로 인해 운임을 크게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화물운임 강세는 상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운송업종은 원래 수급 변동성이 커 지금과 같은 모멘텀 플레이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물론 단기 과열양상은 주의해야 하지만, 리오프닝과 시장 재편 등 중요한 이벤트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진단이다.
여기에 정부가 코로나19 접종을 완료한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한 입국 후 7일간 격리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3일 모든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격리조치를 적용한 지 약 석 달 만의 완화 조치다. 항공 운항 횟수와 노선 등도 단계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에 본격적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뜻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사례를 보면 격리 제도 변화를 앞두고 해외여행 예약 등이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여객 수요 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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