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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누가 과실 먹고 누가 독배 마셨나 : KT 현장 직원 구조조정 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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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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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최근 45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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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2일. KT가 주목할 만한 자료를 내놨다. "모든 임직원에게 성과분배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성과분배금의 규모도 적지 않았다. 올 1~3분기 영업이익 1조2128억원의 10%인 1213억원에 달했다. KT 임직원 1인당 66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었는데, 몇몇 미디어는 이를 그대로 인용 보도했다.

KT, 직원 1인당 성과배분금 660만원 지급

- 2024년 11월 23일 기사

KT, 영업이익 10% 성과급 푼다… 1인당 660만원

- 2024년 11월 24일 기사

# 어찌된 일일까. 10월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영진은 돈잔치를 벌이면서 정작 현장 직원은 사선으로 밀어냈다"고 질타 받은 KT가 마음을 고쳐먹은 걸까. 그렇지 않다. 이번 성과급은 2021년 노사 합의의 결과물일 뿐이다. 2022년부터 정기적으로 지급하던 것이어서 특별한 의미도 없다. KT 새노조 측이 "여러 미디어에서 이번 성과급을 대단한 일처럼 다루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문을 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 그렇다면 KT는 왜 이런 자료를 발표한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10월 대규모 구조조정의 여진餘震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어서다. 視리즈 KT 구조조정: 달콤한 과실과 쓰디쓴 독배 두번째 편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통신업체 KT는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과 자회사 전출 논란으로 내홍을 앓았다. 회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수많은 직원이 반기를 들면서 이 논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그런데도 KT는 구조조정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10월 25일 국감에 출석한 김영섭 KT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인력 구조조정을 해서 신설 회사를 만드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에 봉착한다. 합리적인 구조조정은 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은 현실을 반영한 걸까.

■ 내홍의 시작 = KT의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이 알려진 건 10월 11일이다. 이날 KT는 5700여명에 달하는 현장인력(선로 통신시설 유지보수·국사 내 전원 시설 설계 업무)을 슬림화(감소)하겠다는 플랜을 밝혔다. 방법은 '특별 희망퇴직'과 '자회사 전출' 두가지.

선로설비 시공과 보수 업무를 하는 3400명은 신설 자회사 KTOSP로 보내고, 전원시설 설계, 도서산간 무선망을 담당하는 380여명은 KT P&M으로 이동시킨다는 게 골자였다. 전출을 원하지 않는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희망퇴직'도 준비했다. KT 곳곳에서 반론이 나왔다. 급작스러운 발표의 반작용이었다.

김영섭 대표의 '말 바꾸기'도 내홍이 일어나는 데 한몫했다. 그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던 말을 들어보자. "많은 얘기가 있지만 KT는 대규모의 인위적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예전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있었던 몇천명의 인위적 구조조정은 현재로선 생각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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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김 대표의 의견은 같았다. "인위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말이 불과 7개월 만에 "합리적인 구조조정은 늘 해야 한다"로 바뀌었으니, 내홍이 일 법도 했다.

여기에 자회사로 전출하는 신청자를 늘리기 위해 회사 임원들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논란도 터졌다. 자회사 전출을 희망하는 직원들이 많지 않자 몇몇 임원이 '자회사로 가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며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했다는 거다.

이 문제는 지난 4일 김 대표가 사내 방송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여진餘震이 말끔하게 해소되진 않았다. 실제로 KT가 밀어붙인 '자회사 전출'의 결과는 회사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KT는 5일 자회사 전출 신청을 마무리했는데, 결과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3400명을 전출할 계획이던 KTOSP에는 43.6%에 불과한 1483명이 신청했다. KT P&M에는 목표치(380명)의 63.1%에 해당하는 240명만 전출 의사를 밝혔다. 지난 8일엔 특별 희망퇴직을 신청한 2800명이 회사를 떠났다.

■ 구조조정의 그림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T의 구조조정 작업은 이렇게 일단락됐다. 2024년 국정감사도 막을 내렸으니, KT로선 큰 산을 넘었다고 자평할지 모른다. 하지만 KT의 이번 구조조정은 살펴봐야 할 게 숱하다. 그중 핵심은 '위험(리스크)의 하부화'다. 회사의 위험이나 손해를 윗선이 아니라 '아랫선'에게 떠밀었다는 거다.

이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자. KT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명목은 '미래 플랜'이었다. 본업인 통신을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인 인공지능(AI) 분야로의 진출을 꾀하겠다는 거다. 이는 지난해 취임한 김 대표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는 4일 진행한 구조조정 설명회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AICT(인공지능·정보통신) 기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심각한 국면에 빠질 것이다. 빅테크가 과감히 혁신해 성장하는 동안 국내외 통신사는 십수년간 지속해서 성장 정체기를 겪고 있다. KT 전체가 AI 역량을 갖추는 혁신을 해야 한다. (이번 구조조정을) 합리적인 구조혁신으로 봐 달라."

사실 KT가 새로운 사업 전략을 추진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0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KT를 이끈 구현모 전 대표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비非통신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DIGICO) 전환'을 화두로 삼았다.

이런 면에서 KT 김영섭호號가 꺼내든 새로운 화두 'AI'가 그리 새롭진 않지만, 부정적으로 볼 건 아니다. 시대적 변화를 따르지 않으면 도태되는 게 시장의 섭리여서다. 통신에서 디지털로, 디지털에서 또 AI로 발 빠르게 변신한 덕분인지 KT의 실적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 3분기 KT 잠정 실적은 매출액 4조7650억원, 영업이익 33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75.1%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106억원에서 3098억원으로 47.1% 늘어났다. 무선통신(1조7404억원), 기업서비스(9264억원), 부동산(896억원) 등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결과였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실적은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업계에선 "4500명 규모의 자회사 전출과 희망퇴직으로 내년부터 연간 3000억원 수준의 이익 개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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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실과 독배 = 하지만 누굴 위한 성장인지는 알 수 없다. KT의 이익을 끌어올릴 견인차 중 하나인 '자회사 전출'과 '희망퇴직'은 특히 그렇다. 자회사로 전출하거나 희망퇴직을 선택한 직원 대부분이 네트워크 관리 등의 현장 직원이기 때문이다.

KT는 "자회사 전출이든 희망퇴직이든 조건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그렇지 않다. 자회사로 전출한 직원의 기본급은 본사의 70% 수준이다. 물론 전직 지원금으로 기본급의 30%를 주긴 하지만, 이는 근속 10년 이상 직원에게 해당하는 내용이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자회사 전출 신청자가 구조조정 대상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경영진은 '돈방석'에 앉았다. 지난해 8월 KT 수장으로 부임한 김 대표는 올 상반기에만 3억3200만원의 상여금을 수령했다. 지난해 4억6600만원의 상여금을 챙긴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사내이사)은 올 상반기에도 3억39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각종 구설에 얽히면서 연임을 포기한 구현모 전 대표도 7억7800만원의 상여금을 챙겼다.

사내이사와 임원들이 받는 스톡옵션도 적지 않다. KT는 2022년 99명의 임원에게 12만8923주(평균 1302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했다. 지난해엔 104명에게 13만1690주(평균 1266주), 올해도 98명에게 10만4730주(평균 1068주·6월 기준)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최근 1년(2023년 11월~2024년 11월) KT의 평균 주가가 3만7000원이라는 걸 감안하면 임원 한명당 4000만원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전체 임직원을 위해 스톡옵션(자사주 처분)을 처분한 건 2021년(143만2332주)이 마지막이었다. 달콤한 과실은 윗선만 챙기고, 쓰디쓴 독배는 하부직원이나 현장 직원에게 떠민 것이나 다름없다.

KT는 구조조정 이후인 11월 22일 임직원에게 2차례에 나눠 성과분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2년 이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이어서 특별한 의미를 둘 수 없다. KT 새노조 측은 "왜 여러 미디어에서 이를 대단한 일처럼 다루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문을 표하는이유다. KT가 구조조정 이후 생색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참고: KT 노사는 2021년 9월 영업이익의 10%(별도손익계산서 기준)를 임직원들에게 균등 배분(현금 또는 주식)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요즘 들어 재계에 불고 있는 '책임경영'과도 거리가 멀다. 최근 롯데그룹과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임원은 물론 회장까지 나서 급여(10~30%)를 자진 반납했다. 한화건설은 지난 2월부터 임원과 팀장급 이상의 직급 수당을 30% 삭감했다. 위기에 처한 기업을 위해 임원과 경영진이 솔선수범한 것이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은 실적을 과대 포장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라며 "한탕주의로 실적을 올리려는 조급함에 사로잡혀 대규모 인력 감축과 분사 등의 구조조정을 남발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구조조정에 성공한 이후 영업이익이 증가하면 경영진은 이를 근거로 더 많은 상여금을 받아갈 것"이라며 "자신들의 실적을 위해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건 매우 비윤리적인 경영 형태"라고 비판했다.

■ 구조조정 後 = 따져봐야 할 문제는 또 있다. KT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소비자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장 직원 수천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면서 업무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KT는 최근 선로線路·비즈(biz) 분야를 담당할 단기 계약직을 찾고 있다. 현장에선 퇴직한 직원에게 계약직으로 현업에 복귀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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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KT 아현지사 화재 사태(2018년), 인터넷 장애 사건(2021년) 등 KT가 벌인 인재人災를 떠오르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지금도 위험요인은 존재한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통신 장애 현황'에 따르면 KT에서 발생한 통신 장애 건수는 5건을 기록했다. 2021년 두건이 터졌고, 올해도 8월과 9월 두차례의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이를 감안했을 때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현장에 구멍이 뚫린 KT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KT는 "현장 직원이 줄었지만 기존의 업무 수행 방식을 정보기술 고도화로 개선하고 있다"며 "인력 공백으로 인한 통신망 불안정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원칙 없는 구조조정으로 KT의 선로와 네트워크 현장에서 심각한 인력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통신 인프라 분야를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이 무엇인지 경영진에게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구조조정 후 KT는 과연 제 길을 걸을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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