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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연일 "급등·폭등·최고가"…도대체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뉴스 쉽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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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디그(dig)'팀이 연재하는 '뉴스 쉽게보기'는 술술 읽히는 뉴스를 지향합니다. 복잡한 이슈는 정리하고, 어려운 정보는 풀어서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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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움직임이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사진은 지난 3일 오후 한 국제유가 시세판의 모습. /사진=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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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들을 보면 이런 단어가 참 많이 등장합니다. 급등, 폭등, ○년 만에 최고치…. 뭐 다들 아시겠지만 뉴스가 꼽는 원인은 대부분 같아요.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이죠. 특히 자주 언급되는 것들이 있는데요, 아마 제일 많이 거론되는 건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일 거고, 그다음은 밀·옥수수 등의 '곡물'과 각종 광물을 포함한 '원자재' 정도 아닐까 싶어요. 모두 러시아나 우크라이나가 많은 양을 수출하는 품목들이죠.

기름·곡물·광물 시세는 어떻게 정해질까


전쟁이라는 엄청난 일이 터져버렸으니 값이 널뛰기를 하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이런 가격은 어떻게 정하는 걸까요? 농수산물 도매 시장에서처럼 하루 종일 경매라도 하는 걸까요? 뉴스를 보면 국제유가나 원자재 가격도 주식들 시세가 움직이듯 엄청 예민하게 시시각각 변하는 것 같던데 말이죠.

우선 이런 상품들의 가격은 금융 시장에 연동돼 마치 주식이나 금융 상품처럼 투자자들이 사고팔며 결정합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가격이 결정될 수 있는 건 모두 '선물 시장'의 존재 덕분입니다. 한번 들어보셨거나 이미 잘 아실 수도 있고, 갑자기 무슨 선물 타령이냐 하실 수도 있는 이 단어. 혹시 '오징어 게임'을 보셨다면 얼핏 기억나실 수도 있겠어요. 서울대 출신의 상우가 잘못 건드렸다가 엄청난 손해를 보고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는 이유가 됐던 게 바로 선물이었거든요.

상품 시장 이끄는 선물 거래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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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서울대 출신의 `상우`가 선물 투자로 큰 돈을 잃었다는 사실을 `기훈`에게 털어놓고 있다. /자료=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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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물건을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미리 가격을 정해서 체결하는 거래를 말합니다. 무슨 좋은 날에 주고받는 선물도 아니고, 이런 이름을 붙인 걸까 싶은 이 단어. 사실 우리말로 번역할 때 한자를 갖다 붙이는 과정에서 조금 헷갈리게 된 것 같아요. 한자로는 '먼저 선(先)'에 '물건 물(物)'. 그러니까 '물건을 먼저 거래한다' 정도가 될 텐데요, 이것도 맞는 말이긴 합니다. 하지만 영어 표현을 보면 훨씬 더 명확해집니다. 영어로는 'Futures'거든요. 결국 미래에 대한 거래라는 거죠.

선물 거래의 개념을 설명할 땐 농촌에서 이뤄지는 '밭떼기' 계약을 예로 많이 듭니다. 실제로도 유사한 구조라고 볼 수 있죠. 보통 배추 같은 농작물은 아직 다 자라지 않아 수확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 도매상과 밭 단위로 미리 거래를 합니다. 계약금을 조금 주고 "제가 한 달 후에 포기당 3000원에 A농장 배추를 살게요"라고 약속하는 겁니다.

그런데 막상 한 달 후가 되면 배추 가격은 4000원이 될 수도 있고, 2000원이 될 수도 있어요. 그해가 풍년인지 흉년인지, 수입 배추 가격이 어떤지, 사람들이 김장을 많이 하는지 등 많은 요소가 영향을 끼치겠죠. 배춧값이 4000원으로 오르면? 당연히 미리 계약한 도매상은 돈을 더 벌게 됩니다. 반면 2000원으로 떨어졌다면 손해를 보죠. 여기서 이익이나 손해를 보는 1000원이 바로 '선물 거래'의 수익 또는 손실인 겁니다.

선물 거래, 왜 하는 걸까


왜 굳이 수확 전에 미리 사고파냐고요? 배추를 키우는 사람은 농사 짓는 비용을 생각하면 최소한 받아야 하는 돈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배추가 포기당 2000원으로 떨어져 버리면 완전 적자잖아요. 선물 거래를 하면 손해를 보지 않도록 3000원은 보장받는 '위험 회피'를 할 수 있는 거죠. 배추를 사는 사람은 값이 오르거나 내리는 위험을 감수하지만 나중에 큰 이익을 볼 수도 있는 일종의 '투자'를 하는 셈입니다. 선물 거래의 목적도 비슷해요. '위험 회피'나 '수익 추구'를 위해서 생겨난 거래 형태인 거예요.

이런 원리를 금융 시장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 선물 시장입니다. 세계에는 보편적으로 가치가 있거나 필요한 것들이 존재하잖아요. 이를테면 석유나 천연가스, 금이나 구리, 알루미늄 같은 금속, 밀과 쌀 같은 곡식…. 이렇게 수요가 항상 충분한 상품들은 금융 시스템과 연결된 '선물 시장'에서 거래하게 된 거죠. 미래에 다가올 특정 시점에 어떤 상품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사거나 팔아야 하는 '의무' 자체를 다시 '선물'이라는 상품으로 만들어 거래하는 겁니다.

이렇게 안정적인 거래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돈은 자연스럽게 모여듭니다. 진짜 석유나 금속이 필요한 사람 외에 투자자들까지 주목하게 되니까요. 물건을 자기가 받을 생각은 없더라도 선물 거래를 했다가 물건을 받기 전에 팔거나, 물건이 필요한 사람에게 팔면 마치 '주식 거래'를 하는 것처럼 활용할 수 있는 거예요.

금융시장에서는 다양한 자산이 이렇게 거래됩니다. 이런 시장을 '파생상품 시장'이라고 하고요. 진짜 상품을 당장 주고받는 게 아니라 상품에서 파생된 가치들을 사고파니까 이렇게 불러요. 선물이 가장 대표적인 파생상품이에요.

이틀에 250% 폭등, 광기 어린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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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런 선물 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돈이 주요 상품 거래소(뉴욕·런던·도쿄 등)에 모여 있고, 각 상품들의 국제적인 시세도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는 겁니다. 돈을 벌기 위해 차익 거래에 뛰어드는 투자자가 있으니 시장 규모도 어마어마하게 커지죠. 구리가 전혀 필요 없는 사람도, 구리 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마치 주식을 살 때처럼 선물 거래소를 통해 언제든 거래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실제 상품들의 수요·공급 상황보다 가격에 더 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상품 공급은 아직 안 줄어들었는데, 곧 급격히 감소할 거라고 예측한 투자자가 많으면 벌써 가격이 급등하고 그러는 거죠. 분명 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인데, 금융 투자자들이 주도하게 된 셈입니다.

아주 최근에도 이런 '몸통이 바뀐' 사례가 등장했습니다. 니켈은 요즘 뉴스에 특히 자주 나오는 금속인데요, 전기자동차의 중요 부품인 배터리 제작에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니켈 가격은 지난 7일 하루에만 60% 넘게 올라버렸고, 다음 날도 100% 이상 더 급등했어요. 역사상 전례없는 수준으로 폭등하는 가격 때문에 니켈을 거래하는 런던금속거래소(LME)는 아예 다음 날부터 니켈 거래를 중단시켜버렸습니다.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죠.

그런데 이번에도 실제 공급 변화보다는 투자자들의 베팅이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 니켈 생산기업인 한 중국 칭산그룹이 니켈 선물에 큰돈을 집어넣었다고 합니다. 전 세계 니켈의 10%가량을 러시아가 생산하니까 향후 공급 변화를 예상하고 투자한 거죠.

처음엔 대규모 공매도를 했대요. 공매도란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파는 걸 말합니다. ‘공매도=가격 하락에 베팅’으로 이해하시면 쉬워요. 먼저 높은 가격에 판 다음, 값이 떨어지면 싸게 사서 갚기 위한 목적이거든요.

그런데 공매도를 했는데도 생각보다 니켈 가격이 안 떨어지는 거예요. 이러다가 니켈 값이 더 올라버리면 큰 낭패죠. 판 것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아서 갚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손실을 줄이려고 다시 대량으로 니켈을 급하게 사들였다고 합니다. 이런 이상 거래가 다른 투자자들의 매수와 맞물리면서 가격 급등을 일으킨 거예요. 칭산그룹은 이번 베팅 실패로 최소 60억달러(약 7조3000억원)에 달하는 큰 손해를 본 걸로 추정되고 있다고 합니다.

'머니게임' 판이지만 유용한 선물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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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상품 선물 거래소인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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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상품 선물 시장은 이렇게 전 세계 투자자들의 차익 거래 수요를 통해 성장해 온 곳이면서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원료와 원자재, 곡물 등 수많은 상품을 수월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고안된 시장입니다.

앞으로 뉴스에서 런던금속거래소, 시카고상품(선물)거래소 같은 용어를 접하신다면, 각종 상품을 쌓아두고 파는 장소 대신 으리으리한 건물에서 금융인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증권 거래소를 떠올려 주세요. 옥수수나 금속 가격이 급등했다는 뉴스를 볼 때도 금융 시장과 한 몸처럼 굴러가는 상품 선물 시장의 개념을 알고 보시면 이해가 한층 쉬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뉴미디어팀 디그(dig)>

[임형준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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