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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제재국도 출혈감수한다... 美, 러 석유 금수 검토, 유가 140달러 근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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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틱톡도 러시아 사업 철수

무디스, 러 신용 등급 ‘디폴트 직전’으로 강등

미, 제재 부메랑에 유가 갤런당 4달러로 폭등

조선일보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시내에서 6일(현지시간) 시위대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우크라이나 영공 폐쇄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3.7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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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 제재 ‘최후의 카드’인 러시아산 석유 금수(禁輸) 조치를 공식 검토하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유럽 동맹국들과 논의 중이라고 지난 6일(현지 시각) 밝혔다.

석유는 러시아 수출의 60%, 국가 예산의 40%를 떠받치는 주력 산업이다. 그간 유럽은 러시아에 의존한 에너지 시장의 대란을, 미국은 글로벌 유가 급등으로 인한 국내 인플레이션 악화를 우려해 원유 금수 제재안에 대해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러시아 침공이 장기화되며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가 불어나자, 서방 자체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을 통제하는 강경책으로 선회한 것이다.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의 원유 공급이 막힐 수 있다는 전망에 국제 유가는 이날 배럴당 140달러에 근접할 정도로 폭등했다. 이날 영국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39.13달러까지 치솟았다.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130.5달러까지 올라갔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글로벌 금융 위기가 고조되던 2008년 7월 이후 약 14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유럽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현재 유럽 동맹과 시장에 공급한 충분한 원유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며 “이를 토대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매우 활발하게 논의 중”이라고 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하원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 상원도 대러 원유 금수 조치 등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러시아가 조만간 디폴트(대외 채무 상환 불이행)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은 6일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이달 16일 7억달러(약 8596억원) 상당의 채권 만기를 맞는데, 부채 상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신용평가사S&P와 피치에 이어 무디스도 “러시아에 디폴트 위험이 증가했다”며 신용 등급을 B3(투자부적격)에서 Ca(디폴트 직전) 등급으로 4단계 강등했다.

서방이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실제로 러시아 석유 금수를 단행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다. 석유 최대 소비국 미국은 러시아 원유 수입분이 전체의 3%로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6일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돌파했다. 팬데믹 초기인 지난 2020년 미 유가는 1달러대였다. 현재 가장 물가가 높은 캘리포니아의 경우 휘발유 값이 5.288달러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기업들은 서방 정부에 발맞춰 출혈을 감수하고 일단 대러 보이콧에 총력을 모으는 모습이다. 지난 5일 세계 양대 신용카드업체인 비자와 마스터카드에 이어, 6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러시아 내 영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러시아 중앙은행은 자국 결제 시스템 ‘미르’와 제휴한 중국 유니온페이 카드 발급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6일 보도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유니온페이는 180국에서 사용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는 러시아 내 신규 고객을 받지 않기로 하고 러시아에서 제작 중이던 시리즈도 무기한 보류했다.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러시아 내 서비스를 중단키로 한 데 이어, 중국 소유 틱톡도 “러시아의 가짜 뉴스 처벌법 시행에 따른 대응 조치”라며 이에 동참했다. 우크라이나에선 전황 정보 공유를 틱톡에 의존하고 있어 정보 통제 우려도 제기된다.

영국 BP 등 정유사들이 거액의 손실을 감수한 것과 달리, 유럽 정유사 셸이 지난 4일 러시아산 우랄유를 대량 헐값에 사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셸, 당신들은 러시아 석유에서 우크라이나인의 피 냄새가 나지 않는가”라고 비난했다. 셸은 이익금을 우크라이나 인도 지원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7일 러시아와의 3차 회담을 앞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미국·중국 등이 보증하는 기구를 만들어 가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극적 타협 가능성도 내비쳤다.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 데이비드 아라카미아는 지난 5일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몇몇 모델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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