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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유가 폭등…고물가·저성장 공포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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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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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폭등세를 나타내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과 물가 관리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국제유가 급등은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원화값 하락까지 겹쳐 경제성장 둔화와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슬로플레이션'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월 경제 동향'에서 "국제유가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이 수급 불안 우려로 급등하며 한국 경제에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로 주요국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하다"면서 "코로나19 확산에도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외 여건에 대한 우려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수출과 물가, 소비, 금융시장 등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몰고 오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고, 달러당 원화값은 125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제유가 상승과 원화값 하락은 체감 유가를 급격히 끌어올려 안 그래도 높은 물가 상승세에 더 큰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여기에 전 세계 공급망 차질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 기업 비용이 증가해 가공식품을 비롯한 제조업 전반의 가격 상승이 초래될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월(3.6%)에 이어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10년 만에 4%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시장에 영향을 주기까지 2~3주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2011년 12월(4.2%)이 마지막이었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에 대러시아 제재로 교역이 위축되면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가 충격과 무역수지 악화, 가계 실질구매력 둔화로 소득과 소비가 감소하면 올해 3%대 성장률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정부와 한국은행에선 올해 성장률을 각각 3.1%와 3.0%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3.2%에서 3.0%로,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3.3%에서 3.0%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월 한국 성장률 전망을 3.3%에서 3.0%로 내리며 모두 3% '턱걸이' 수준의 전망을 내놨다. 이는 모두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 전망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향후 3%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 민간 연구소 등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경기가 꺾인 것으로 해석되는 신호도 관측된다. 지난 1월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1로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지수가 하락할수록 향후 경기 둔화·하방 관측이 많다는 의미다. 특히 하락 추세가 6개월 이상 계속되면 통상적으로 경기 전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KDI는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경기 선행지표가 하락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도 줄면서 주요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저성장·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슬로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 경기가 하강할 가능성이 높고, 동시에 원자재 수입도 증가하면서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국내 물가가 상승 압력을 강하게 받아 소비·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내수 시장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전경운 기자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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