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약 50명 남아 코끼리, 기린, 고릴라 등 돌봐
키릴로 트랜틴 키이우 동물원장이 지난 3일(현지 시각) 17살 난 수컷 코끼리 '호러스'에게 사과를 주고 있다. 호러스는 유독 큰 소리에 민감해 매일 밤 직원들이 교대로 곁에서 자면서 폭음이 들릴 때마다 진정시켜줘야 한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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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의 지속적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동물원에 코끼리, 기린, 얼룩말, 고릴라, 여우원숭이 등 많은 동물들이 남겨져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키이우 외곽의 야생동물 보호시설에 있던 사자와 호랑이 등은 전쟁 발발 직후 인접국 폴란드의 동물원으로 피난을 갔지만, 피난처나 운송 수단을 찾지 못한 동물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 동물들을 24시간 돌보기 위해 직원 약 50명은 아예 동물원 부속시설로 거처를 옮겼고, 직원 가족 약 30명도 함께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전쟁으로 고통 받기는 동물도 마찬가지다. 17살 난 아시아 코끼리 ‘호러스’는 폭발음에 놀라 진정제까지 맞았다. 워낙 큰 소리에 예민한 탓에 매일 밤 직원들이 교대로 호러스 곁에서 자다가, 폭음이 들리면 잠이 깬 호러스에게 사과를 먹이고 진정할 때까지 말을 걸어준다. 얼룩말들도 첫 포격 당시 굉음에 놀라 펜스에 부딪히며 이리저리 뛰어 다녔고, 안전을 우려한 직원들은 얼룩말을 모두 실내로 옮겼다.
여우원숭이 ‘마야’는 지난 2일 포화 속에서 새끼 두 마리를 낳았지만, 스트레스로 한 마리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해 거의 죽일 뻔했다. 어미에게 버림받은 새끼는 동물원 직원들 손에 분유를 먹으며 자라고 있다. 직원들은 포화 속에 탄생한 새 생명을 축하하며 이 새끼에게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하는 터키산 드론과 같은 ‘바이락타르’란 이름을 붙여줬다.
지난 3일(현지 시각) 키이우 동물원에서 한 직원이 거북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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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공습 경보가 울리면 동물원 내 조류관이나 수족관에 마련된 방공호로 대피하지만, 코끼리나 기린 같은 대형 동물은 지하에 들어갈 수 없다. 키릴로 트랜틴(49) 동물원장은 “이런 동물들은 숨거나 도망칠 곳이 없다. 동물원을 벗어나면 사람들보다도 선택지가 없다. 탱크로 가득찬 거리로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동물들에게 먹일 식량이 2주분 정도 남아있지만, 키이우가 포위당하고 전쟁이 길어지면 식량 공급이 끊길 수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도 녹색 채소가 부족해서 직원들이 직접 상추를 길러 동물들에게 먹이고 있다. 기린, 사슴, 말들을 담당하는 직원 이반 립첸코(33)는 워싱턴포스트에 “침공에 대항하는 나의 방식은 동물들을 살리는 것”이라며 “(돌보지 않으면) 동물들이 죽을 테니 나는 국토수비대에 입대할 수도 없다. 동물들이 죽게 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 있는 펠트먼 에코파크에서는 이미 포격으로 동물원 시설이 부서지면서 일부 동물이 죽고 다쳤다. 폭음에 놀라 달아난 동물도 있었다. 동물원 측은 7개월 난 새끼 사자 ‘심바’와 호저, 너구리 등을 되찾았지만, 붉은 늑대들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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