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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주유소 "고유가로 카드만 고수익" 카드사 "이미 0%대"…카드수수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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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서울의 한 주유소를 빠져나가는 차량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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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다락 같이 오르는 가운데 주유소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주유소는 사실상 0%대 수수료율이 적용된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주유소 “기름값 올라 수수료 고공행진”



한국석유유통협회는 6일 입장문을 내고 “현행 1.5%인 주유소 카드 수수료율을 1%로 낮추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업계는 최근 기름값이 7주 연속으로 오르며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주유소 경영난이 가중된 데 반해 카드사가 가져가는 수익은 되레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주유소 기름값 결제에 적용되는 카드 수수료는 정률제(1.5%)라서 유가가 오르면 수수료는 덩달아 늘어난다. 지난주 휘발윳값 평균은 L당 1764원으로 여기에 붙는 카드 수수료는 26.5원이다.〈그래픽 참조〉 지난해 1월 기준으로는 L당 1442원이었으니 수수료는 21.6원이다. 유가 상승 덕분에 카드사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L당 5원가량 늘어난 셈이다. 현행 1.5% 수수료율은 1983년부터 적용되고 있다.

석유유통협회에 따르면 주유소 이용자의 95%가 신용카드로 기름값을 결제한다. 지난달 기준 휘발유 가격은 최근 1년 새 18.9%, 경유 가격은 23.8% 올랐다. 이에 따라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이 20%가량 늘었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지난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판매액은 총 51조482억원인데, 여기서 주유소가 지출한 카드 수수료는 7275억원으로 집계된다.

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는 지난해 6월에도 정부와 국회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주유소 카드 수수료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김정훈 석유유통협회장은 “기름값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유류세분까지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주유소가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율은 3%에 이르는 셈”이라며 “주유소 업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2%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유가 시기만이라도 수수료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카드사 “이미 최저 수준, 여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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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가격 구조.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카드업계는 이미 주유소 수수료율이 유통업종 중 가장 낮아 더 낮출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미 전체 가맹점의 96% 이상이 소상공인으로 분류됐고 연 매출 10억원 이하 가맹점은 세제 혜택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0%대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며 “수수료 수익이 원가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특정 업종의 인하 요구만 수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카드사 노동조합도 수수료율 인하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7개 카드사 노조가 공동 출범시킨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정부와 정치권이 선심성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 공약을 남발해 왔다”고 주장했다.



경영난에 주유소 연 200개씩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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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유소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유소업계가 카드 수수료 문제를 재차 거론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업계의 경영난이 심각해져서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보급이 늘며 전국의 주유소는 해마다 200여 개씩 줄어드는 추세다. 2016년 1만2010개였던 전국의 주유소는 지난해 1만1186개로 감소했다. 박동위 주유소협회 차장은 “비싼 땅값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도심에서 주유소가 사라지고 있다”며 “외곽 지역의 주유소 역시 적자를 감수하고 운영하거나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유류세 20→30% 인하 가능성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자 석유유통협회와 주유소협회는 지난 3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고, 인하 기간도 연장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이날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유류세 인하 기간을 7월 말로 연장하면서 인하율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율을 현재 20%에서 30%로 높일 경우 휘발유 가격을 L당 305원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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