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3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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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7일 사장 승진 2명, 위촉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dl1740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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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정단비 기자, 차재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3인의 부회장 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반도체·신사업 전문가를 깜짝 발탁해 전면에 배치했다. 삼성의 위기가 반도체 부진과 미래가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여론을 반영하듯 사업 태세를 재정비했다.
이재용 회장으로서는 조직의 중심을 잡는 동시에 변화까지 시도한 셈인데, 위기 국면에 적극 대응하면서도 안정성을 잃지 않는 '회복 탄력적 성장(Resilient Growth)'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27일 삼성전자는 사장 승진 2명, 위촉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한진만 DS부문 DSA총괄 부사장이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으로, 김용관 사업지원TF 부사장이 DS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또 한종희 부회장은 DX부문장과 DA사업부장, 품질혁신위원장을 겸직하며, 이영희 사장은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으로 이동한다. 전영현 부회장은 DS부문장과 함께 메모리사업부장, SAIT원장을 함께 맡아보게 됐다.
아울러 이원진 상담역은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 남석우 사장은 파운드리사업부 CTO,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은 사업지원TF 사장,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선임됐다.
조직 안정에 방점…한종희·전영현·정현호 부회장 체제 유지
이번 인사에서 시선을 모으는 대목은 세간의 예상을 깨고 한종희·전영현·정현호 등 3인의 부회장단 체제가 유지됐다는 점이다.
한 부회장은 2022년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해 가전·모바일 사업 등을 총괄해오고 있으며 정 부회장도 같은 시기 부회장에 올라 전자 계열사 간 시너지를 끌어내기 위한 사업지원 T/F를 이끌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바 있다.
이처럼 부회장단이 모두 자리를 지킨 것은 그간의 공과가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한 부회장은 스마트폰과 가전에 AI(인공지능) 기능을 연이어 탑재하며 챗GPT로 촉발된 AI 시대를 발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세계 최초의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를 출시했고 현재 TV, 모니터, 오디오 등 가전제품에 AI 기능을 제공 중이다. 올해 판매된 삼성 가전 3대 중 2대는 AI 기능이 적용된 제품으로 나타났다.
교체설이 제기됐던 정 부회장도 잔류했다. 대표적인 재무통이자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그는 2018년 사장단 인사를 통해 복귀했다. 이어 7년간 사업지원 T/F에 몸담으며 전자 계열사의 사업 경쟁력 강화와 이 회장을 보좌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물론 정 부회장은 지나친 원가절감 방침으로 삼성전자의 메모리 경쟁력을 위축시켰다는 지적도 받았는데, 이를 만회하는 게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핀셋' 인사로 삼성전자에 복귀한 전 부회장은 메모리사업부장까지 겸직하며 반도체 경쟁력 회복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영업이익이 뒷걸음쳤고 기술 경쟁력에서도 퇴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메모리 지휘봉 잡는 전영현…경쟁력·효율성 강화 중책
인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반도체 사업부문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DS부문장 전영현 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에 SAIT(삼성종합기술원)원장까지 겸하며 반도체 부문 지배력을 높인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반도체 사업이 위기에 직면하자 전 부회장이 직접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평가된다. 무엇보다 자신 있던 메모리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급부상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리더 자리를 놓치면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고 실적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태다.
더구나 삼성전자뿐 아니라 우리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글로벌 경영환경도 녹록하지 않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 그 여파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앞선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내 공장 등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칩스법'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 측은 반도체 기업에 지급한 보조금을 재검토할 수 있음을 밝혀 업계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에서도 반도체 경쟁력 회복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발빠른 대응이 필요해지자 전 부회장이 DS부문장은 물론 메모리사업부장까지 겸임하면서 컨트롤타워를 강화해 효율성을 높이고자 했던 취지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메모리사업부 사업 결정에 있어서도 속도감 있는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사업 '고한승', 파운드리는 '한진만'…기술通 '약진' 주목
현장 경험과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을 지닌 유능한 인재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반도체와 헬스케어 등을 아우르는 새 먹거리 확보가 시급한 만큼 각 분야의 전문가를 투입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바이오 전문가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전영현 부회장(1대)이나 경계현 전 DS부문 사장(2대)처럼 전자 부문 '기술통'의 자리인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내정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고한승 신임 단장은 지난 13년간 바이오에피스에 몸담으며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본궤도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그룹 '최장수 CEO'라는 타이틀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2000년 8월 삼성종합기술원 바이오연구 기술자문으로 합류한 이래 삼성종합기술원 바이오&헬스랩장, 삼성전략기획실 신사업팀 담당임원, 삼성전자 바이오사업팀 담당임원 등을 지냈다. 2012년 출항한 바이오에피스에 승선한 뒤 9개의 바이오시밀러를 시장에 내놓는 등 회사의 존재감을 높이며 승증장구했다.
삼성전자가 바이오 전문가에게 신수종 사업 발굴을 주문한 것은 사업을 만들고 본궤도로 끌어올리는 특유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고 신임 단장은 삼성에선 바이오나 헬스처럼 그룹이 그 동안 하지 않았던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전통적 주력 사업의 부진으로 위기에 봉착한 삼성전자로서는 새로운 시각으로 사업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파운드리사업부를 이끌게 된 한진만 신임 사장도 주목받는 경영진 중 한 명이다. 그는 D램·플래시설계팀을 거쳐 SSD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고 2022년말 DS부문 미국총괄로 부임해 현지에서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 신임 사장은 해외 무대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냈다. 3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로부터 HBM3E 제품과 관련해 '승인' 서명을 받아내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삼성전자에선 한 신임 사장에 대해 기술 전문성과 비즈니스 감각을 겸비하고 글로벌 거래처 대응 경험이 풍부한 만큼 기술 혁신과 네트워크 강화로 파운드리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 극복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메모리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전환하고 파운드리 수장을 교체하는 한편, 경영역량이 입증된 베테랑 사장에게 신사업 발굴 과제를 맡겼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
정단비 기자 2234jung@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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