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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물가상승, 이제 시작일 수도"…5년 만에 장관급 물가 회의까지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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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우크라이나 침공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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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3%대를 기록하면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류 가격과 외식비 등 전방위에서 물가가 오르고 있다. 물가 상승 억제에 비상이 걸린 정부는 당초 4월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전격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하는 등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30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고 4일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로 9년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 3.8%, 12월 3.7%, 올해 1월 3.6%에 이어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가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 이상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10년 만이다. 일시적인 수급 요인 등에 의해 출렁이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하고 계산한 근원물가는 3.2%로 지난달에 이어 3%대를 기록하면서 2011년 12월(3.6%)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2월에는 석유류와 외식비를 중심으로 가공식품, 공공요금 등 전 부문에 걸쳐 물가 상승이 나타났다. 휘발유(16.5%), 경유(21%), 자동차용 LPG(23.8%) 등 석유류가 전년 동월 대비 19.4% 올랐으며, 외식 물가는 생선회(9.8%), 쇠고기(8.2%) 등이 상승을 주도해 6.2% 올라 2008년 12월(6.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석유류와 외식비의 2월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각각 0.79%포인트, 0.78%포인트다. 전체 물가상승률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1.57%포인트를 2개 품목이 차지한 것이다. 이 밖에도 빵(8.5%) 등 가공식품이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으며 전기료(5.0%) 등 공공요금 상승폭도 두드러졌다.

염려스러운 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국제유가가 더 오르면 향후 물가 상승이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나 곡물가 상승, 전 세계 공급 차질 등 대외적 물가 상승 요인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이 가세하면서 (물가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는 갈수록 상승폭을 키워 2월 석유류 물가상승률은 1월(16.4%)보다도 커졌다. 지난 3일 기준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16달러를 돌파하면서 물가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시장에 약 2~3주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3월 석유류 가격 상승세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국제유가가 평균 100달러 수준이 계속되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1%포인트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3.1%로 전망하고 있지만 고유가 요인만으로도 3%대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우리나라가 속한 아시아 지역 LNG 현물 가격은 100만 BTU(영국열량단위)당 59.67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으로 인해 천연가스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에 더해 곡물 등 원자재 가격도 불안이 커지면서 가공식품과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이미 치약·샴푸 등 생활용품까지 도미노 가격 인상이 벌어지면서 물가가 정부 통제를 이미 벗어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 원유 소비량은 전 세계 7위로 국제유가 상승은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국제유가가 평균 100달러 수준이 계속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포인트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5년 만에 장관급 물가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정부는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20% 인하와 LNG 할당관세(0%) 조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높은 물가상승률은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고 민생과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어 기대인플레이션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곡물가마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는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료와 식품 원료구매자금 1927억원의 금리를 기존 2.5~3%에서 2~2.5%로 0.5%포인트 낮춘다. 옥수수 등 사료곡물을 대체할 수 있는 원료에 대해 할당관세 적용 물량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전경운 기자 / 이종혁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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