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지 시위에서 한 참석자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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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흘째인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금융의 핵무기'이라고 불리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배제 버튼을 눌렀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 SWIFT(스위프트).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전쟁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고 전략적으로 실패한 것이라는 알려야 한다"며 러시아 일부 은행을 SWIFT에서 차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치는 며칠 안에 시행되며 어느 은행이 대상일지도 추후 정해질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이번 결정에는 유럽연합(EU)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캐나다가 함께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일정 수의 러시아 은행을 SWIFT에서 배제하기로 했다"며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분리된 이들 은행의 글로벌 영업 능력이 손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SWIFT는 달러화로 국제 금융 거래를 할 때 필요한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비영리조직이다. 벨기에에 본부가 있고 200여 개국 1만1500여개 금융기관이 가입했다. 지난해 하루 평균 무려 4200만 건의 거래가 SWIFT를 통해 이뤄졌다.
개인이 해외로 돈을 보낼 때도 SWIFT 코드가 적용되기 때문에 이 결제망에서 퇴출당하면 사실상 달러를 주고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SWIFT를 "금융의 핵무기"라고 부르며, 러시아에 이 무기를 사용하자고 주장해왔다.
문제는 이 조치가 실제 핵폭탄처럼 주변까지 초토화한다는 점이다. 러시아가 SWIFT에서 퇴출당하면 다른 나라 글로벌 금융기관들 역시 러시아에 빌려준 자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에너지 사업 등으로 러시아와 거래가 많던 독일·이탈리아 등은 SWIFT 배제 조치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 조치를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수도 키예프가 함락 위기에 처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독일과 이탈리아가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고,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동영상 연설을 통해 모든 유럽 국가가 SWIFT 조치에 있어 합의를 이뤘다고 공개했다.
그는 "러시아를 SWIFT에서 배제하기 위해 애써온 우리 외교관들이 승리를 거뒀다"면서 "이는 러시아에 엄청난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은행에서 시민들이 돈을 인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금융제재가 예고되면서 전날 하루동안 1110억 루블(약 1조5884억 원)이 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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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백악관은 러시아 중앙은행도 제재 목록에 올린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에 대한 SWIFT 배제 조치는 예상된 바였지만, 중앙은행 제재는 의외라는 전문가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러시아 정도의 경제 규모의 중앙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린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중앙은행은 이란이나 베네수엘라, 북한 정도였다.
엘리나 리바코바 국제금융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중앙은행 제재가 러시아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극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규모 인출이나 달러 환전사태를 일으키면서 러시아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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