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작년 영업손실 5.8조원...高유가·전기료 동결에 '사상 최대' 적자

한국전력이 지난해 6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전 서울본부의 모습. (매경DB)

한국전력이 지난해 6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가격은 급등했지만 전기료 동결로 상승분이 제때 반영되지 못한 탓이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5조860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4일 공시했다. 4분기만 놓고 봐도 영업손실이 4조7303억원이다. 2020년 영업이익 4조863억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한지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이번 영업손실 규모는 한전이 기록한 사상 최대 적자이자, 2008년 금융위기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을 때 기록한 적자(2조7981억원)보다도 두 배가 넘는다.

한전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영업비용이 66조43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조9519억원 늘어났기 때문이다. 영업비용이 증가한 것은 연료비 상승분이 전기요금에 제 때 반영되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물가 상승과 송유관 폭파 등 국제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며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았지만, 정부는 가계 부담을 고려해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모두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전력 생산에 사용되는 연료비는 모두 증가했으나 정작 전기요금은 동결하면서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 아래 원전 비중이 줄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된 것 역시 한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제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이 7%에서 9%로 늘면서 원전보다 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이 확대됐다.

이에 한전은 오는 2분기와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예정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적자폭을 메우기 힘들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에너지 원가 지표인 SMP가 125.9원으로 전분기보다 34.7% 증가했는데 2월 평균 SMP가 약 2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1분기에는 적자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2분기와 4분기 예정된 요금 인상을 통해 올해 전력 판매단가는 전년보다 11% 증가할 전망이지만, 대규모 적자를 막기에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연료비와 기후환경 관련 비용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지금은 추가적인 요금 인상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나 가능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유가 하락 등 원가 부담 완화를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전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주가도 약세다. 25일 오후 12시 1분 한전은 전 거래일 대비 2.02% 내린 2만1850원에 거래 중이다. 한전의 주가는 지난 22일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신은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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